[월요인터뷰] 이만섭 국회의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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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여야 관계가 험악하다.국회 분위기도 거칠다.여야 모두 민생을 내세우지만 국민들의 정치불신은 깊어가고,가파른 대치 상태는 여전하다.해법은 없는 것일까. 입법부 수장인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을 박보균(朴普均)정치부장이 만나 정국 인식과 국회 운영 전반에 대해 물어보았다.

-의원 이적(移籍)사태·안기부 자금 검찰수사·언론사 세무조사로 여야관계가 거칠어지고 있습니다.어떻게 국회를 이끌 생각입니까.

“지난 설연휴 때 여야 모두 ‘싸우지 말고 일해 달라’는 민심을 파악했기 때문에 큰 격돌은 없을 겁니다.여야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 입장에서 국회를 운영한다는 철칙을 지켜나가야지요.”

-3당 모두 민심에 따를 것을 주장하지만 쟁점의 각론에선 의견차이가 상당한데 여야 지도부에 권유하고 싶은 정국 해법은 있나요.

“당 보다는 나라·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가지라는 겁니다.정치가 국민의 믿음을 받고 나라가 잘 돼야 정당과 정치지도자의 존재 의미가 있는 것 아닙니까.지도자들이 말로만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여야 모두 쟁점을 국회로 끌고와 얼마든지 토론해야 합니다.다만 논리로서 맞서야지 상소리를 한다든지 감정에 사로잡혀선 안됩니다.”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을 없애겠다고 다짐했는데 올해도 지킬 겁니까.

“지난해 민주당이 국회법을 운영위에서 변칙처리했을 때 끝까지 본회의에 올리지 않고 사회권도 넘기지 않은 것처럼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타협을 통해 해결할 것이고 국회법을 지킬 겁니다.검찰 수뇌부 탄핵안때 여당이 불평했지만 국회법대로 72시간내 보고하고 투표하려고 한 것입니다.그리고 표결 무산때 내가 여당과 사전에 협의했다는 야당의 오해도 씻어졌습니다.”

-강한 여당을 내세우는 민주당 일각에서 李의장이 인기위주로 국회를 끌고 간다는 불만이 있는데요.

“강한 여당이 말이나 수(數)로 됩니까.국민 지지를 받아야 되는 겁니다.여야가 아닌 국민을 보고 국회를 운영한다는 소신엔 변함없습니다.”

-김대중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5일)에서 李의장의 그런 국회운영 방식을 놓고 무슨 얘기가 없었습니까.

“대통령은 국회 운영은 나한테 맡기셨어요.국회운영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여야가 인내하고 타협하는 길밖에 없어요.대통령도 타협을 통한 생산적 국회가 되길 원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민주당의원 4명의 자민련 이적을 어떻게 보십니까.

“이전엔 민주당 1백19명에다 자민련 17명을 합쳐 1백36명이었는데 지금은 두 당을 합치면 1백36명(강창희의원 무소속)이 됐어요.수가 늘어난 것도 아닙니다.민주당이 자민련과 공조를 하되 제1당인 한나라당과 대화·타협을 통해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섭단체 수를 20석에서 14석으로 줄이자고 자민련이 제안했는데요.

“프랑스와 독일이 의원정수의 5%,스웨덴 4%,이탈리아 3%고 일본 중의원은 2인이상 입니다.우리도 6,7대 국회때는 10명 이상이었지요.정개특위에서 여야가 협의해 해결하기 바랍니다.”

-안기부 자금수사로 여야가 계속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처벌에 목적을 둬선 안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반성하고 잘못된 것을 시정하는데 목적을 둬야 합니다.이를 기반으로 돈 안드는 선거풍토를 만드는데 여야가 연구해야 합니다.”

-처벌에 목적을 둬선 안된다는 의미는 뭡니까.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하지만 목적은 거기에 두지 말고 미래지향적으로 하자는 뜻이지요.”

-정국쟁점을 국회에서 풀려면 국회 위상이 높아져야 하는데 원내총무들이‘전령사’ 역할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명 총무는 자기 당 분위기에 어떻게 영합할 것이냐,강경파에 어떻게 얘기할까 하는 생각에 앞서 반대파를 설득하는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국회의장이 당적을 떠나야 국회의 독립성이 올라간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여야가 국회법을 고치면 즉각 당적을 떠날 겁니다.”

-국가보안법 개정문제를 놓고 초·재선 의원들이 크로스 보팅(당론과 달리 소신대로 투표하는 것)을 주장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바람직한 방향입니다.젊은 국회의원들이 당론이 국민 여론과 배치될 경우 크로스보팅을 주장해 당론을 바로 세울수 있어야 합니다.”

-보안법 개정을 어떻게 보십니까.

“개정해야지요.내가 6대국회때 남북 이산가족 면회소 결의안을 냈더니 당시 중앙정보부에서 본회의에 넘어가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었어요.남북교류의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합니다.이대로 가면 보안법이 사문화돼 효력이 없어지고 경우에 따라선 나쁜 권력에 의해 국민을 탄압하는 구실이 될수도 있어요.”

-올봄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즈음해 개헌론이 쏟아질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4년 중임제,정·부통령제 개헌은 대선전략에서 나왔다고 생각해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을 겁니다.개헌은 현실적으로 되지 않습니다.1960년대 4년중임제를 했다가,3선개헌·유신을 했고,87년 정권연장을 막기위해 단임제를 했으면 좀더 해봐야지 왜 갑자기 4년중임으로 돌아가려는지 모르겠습니다.대선 전략을 위해 국가 기본법이 이용되는 것은 있을수 없습니다.국민들은 개헌을 원하지않고 경제회복등 사는 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다만,국가백년대계를 생각하고 통일에 대비해 다양한 민심을 효과적 수렴하기 위해 대통령제나 내각제등 근본적인 권력구조문제를 연구·검토할 필요는 있습니다.”

-현재의 3당체제가 정국불안정성을 높이는 만큼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인위적 정계개편은 있을수 없고 불가능합니다.다만 3당체제 측면 보다 어느 당도 지지않는 국민이 60%를 넘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대화와 타협으로 정국 현안을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나오는 ‘3김(金)1이(李)정국’을 어떻게 보십니까.

“한분은 대통령을 지냈고 한분은 대통령을 하고 있고,한분은 제3당의 지도자로 계셔 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3金씨가 어떻게 인생과 정치를 잘 마무리해 후배들에게 좋은 교훈을 남기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영삼정권시절에 이어 두번째 의장을 하는데 이전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YS는 국회에 대해 걱정 많이하고 챙기려고 하고,DJ는 일체 나한테 맡긴다고 할까 말을 안하는 차이가 있더군요.”

-지난 대선때 이인제 최고위원을 지지했는데 그런 입장이 유효합니까.

“국회의장으로서 거기에 대해 얘기할 입장이 못됩니다.”

-31세때 의원뱃지를 다셨지요.그때와 지금의 386세대를 평가하신다면.

“3선개헌 반대,이후락 비서실장·김형욱 중정부장 퇴진을 주장할 때는 생명도 내걸고 했습니다.요즘 386들은 용기가 덜한 것같아요.어쨌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젊은 의원들을 밀어주고 격려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정민·서승욱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 이만섭의장은 누구

▶대구(69)

▶대륜고.연세대 정외과

▶동아일보 기자

▶6, 7, 10대 의원(공화당)

▶11, 12대 의원(국민당 총재)

▶14, 15대 의원(민자당)

▶국회의장(1993년)

▶국민신당 총재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99년)

▶16대 의원(민주당)

▶현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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