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대북공조 이제 시작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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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한.미 외무장관 회담은 대북(對北)정책 공조 의지와 필요성을 서로 확인하는 원론적 수준의 회담이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공동언론발표문에서 한국의 대북 화해.협력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를 놓고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국 정부와 부시 행정부 사이의 미묘한 시각차가 해소됐다고 보는 것은 아전인수(我田引水)식의 성급한 해석이다.

회담이 끝난 뒤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장관 스스로 밝혔듯 이번 회담은 우리의 대북정책을 미측에 주로 설명하는 자리였다. 처음부터 특별히 이견(異見)이나 견해차가 있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는 오히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파월 장관이 북한과의 관계를 단계적이면서 현실적인 방법으로 진전시켜 미 국익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추구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다" 고 한 대목에 주목한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구체화하려면 6개월~1년이 걸릴 거라는 미 전문가들의 전망도 있다.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기본입장에서 북한의 실체적 변화를 탐색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외무장관 회담은 대북정책 조율의 시동을 건 데 불과하며 구체적 사안에 대한 조율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이번 회담에서 기존의 한.미.일 3국간 협의채널인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과는 별도로 한.미 차관보급 협의채널을 가동키로 한 것은 적절한 결정이라고 본다.

두 나라 간에는 북한 미사일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재래식 무기.생화학무기.긴장완화.대북지원.핵동결.전력지원.평화체제 문제 등 서로 손발을 맞춰야 할 현안이 한 둘이 아니다.

정부는 구체적 사안들에 대해 설득할 것은 설득하고, 재검토할 것은 재검토한다는 적극적이지만 신축적인 자세로 미국과의 정책조율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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