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B' 까지 돈 돌아야 증시 힘 받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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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고채 금리가 5.2%선까지 떨어지고 한국은행은 콜금리를 5.0%로 낮출 움직임을 보이는 등 우리 경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초저금리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 반응은 영 신통치 않다. 얼마 전 미국이 금리를 내릴 때 덩달아 흥분했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금리가 내리면 주가는 오르게 마련이란 게 교과서에 나오는 정설이다.

낮은 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자금이 대체 투자수단을 찾아 주식시장으로 흘러들고, 한편으로 기업들은 저금리 혜택으로 수익성이 좋아져 주가를 부추긴다는 것. 하지만 지금 국내 주식시장에선 금리하락이 호재로 먹혀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 상관관계 찾기 힘든 금리와 주가〓회사채(AA- 등급)와 국고채 등의 실세금리는 올들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지만 지난해에도 꾸준히 하락했다.

그러나 주가도 동시에 미끄러졌다. 금리와 주가가 각각 따로 굴러간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진한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신용경색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돈이 우량 채권쪽으로만 몰리고 비우량 채권쪽으론 전혀 흘러들지 않아 지표금리의 하락은 한마디로 '그림의 떡' 이었다는 설명이다.

올 들어 정부가 회사채 신용보완 대책을 내놓고 우량채권 금리가 워낙 떨어지자 BBB 등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도 조금씩 거래되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미약하다.

BBB 등급(투자적격중 맨 아래 등급) 회사채의 금리는 여전히 11% 안팎으로 국고채의 두배 이상이다.

굿모닝증권 서준현 선임연구원은 "국내에선 금리정책이 유용한 경기조절 수단으로 효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며 "금리 하락은 분명 좋은 소식이긴 하지만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은 데다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선 주가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 이라고 진단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신용규 수석연구원도 "금리 하락이 곧바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보다 유동성 장세의 버팀목 정도의 제한적인 역할이 기대된다" 고 밝혔다.

◇ 중장기적으론 보약〓전문가들은 그러나 금리 하락이 중장기적으론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침체에 빠진 실물경기를 하루 아침에 되살릴 수는 없겠지만 점차 경기 저점을 앞당기고 기업 실적을 좋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금리가 계속 내려 BBB 등급 이하 회사채의 거래까지 활발해지고 이들 채권의 금리도 떨어지면 주가는 본격적으로 상승커브를 그리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증권 박용선 투자정보팀장은 "경기의 바닥을 아직은 가늠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폭넓게 깔려 있기 때문에 금리 하락이 주가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이라며 "하지만 올 하반기께부터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한국투신증권은 보고서에서 앞으로 회사채 시장의 정상화 여부가 주식시장의 상승을 가져올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BBB 등급 회사 중 부채비율이 낮고 영업실적이 우수한 기업을 저금리 시대의 대표적 수혜종목으로 제시했다.

한투 증권은 여기에 해당하는 종목으로 현대모비스.롯데삼강.제일모직.풍산.동아제약.동양제과.이수화학 등을 꼽았다.

김광기.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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