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의 보배가 될 현진이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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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2008년 6월 16일. 엄마 아빠에게 똘똘이(태명) 네가 왔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된 날. 아주 기쁘고 행복하고 환상적이고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마음과 신비스러운 기분이 감돌았던 날이었다. 현진이의 태몽은 친할머니와 외할머니가 똑같이 밤(크고 좋은) 꿈을 꾸셨단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람이었어…’라는 노사연의 ‘만남’이라는 노래가 있듯이 너를 엄마 아빠의 사랑과 바람으로 엄마 뱃속에 품은 지 열 달…. 2009년 3월 11일 드디어 엄마 아빠와 현진이 이렇게 우리 세 가족의 역사적이고 설레는 첫만남이 이루어졌단다.

그 날이 길일이라는 말을 병원에서 어떤 아주머니께 들었단다. 그래서인지 그날 많은 아가들이 태어났는데 그 중에서 네가 제일 먼저 태어났단다. 넌 그날인 길일이라는 걸 알았는지 아니면 엄마 아빠를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어서인지 예정일보다 12일이나 빨리 태어났지. 아빠는 너와 엄마의 연결고리인 탯줄을 자르면서 널 처음 보고 감격해서 눈물이 다 나왔다고 해.

너를 낳고 처음으로 품에 안았을 때는 정말 믿기지가 않았어. ‘내가 뱃속에 품었던 우리 똘똘이가 바로 너라니…’ 정말 머리가 멍했다. 믿어지지가 않아서 말이야.

병실로 옮기고 여기저기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냈지. 축하 받으려고~ㅋ 친구들이 엄마보고 대단하다고 하더구나. 너를 낳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문자를 다 보내냐고, 힘들지 않냐고 말이다. 하지만 엄마는 멀쩡했어. 너를 만났다는 기쁨이 더 컸거든.

병실에서 쉬다가 너에게 첫 모유수유를 하러 갔을 때 그 조그만 입을 오물거리며 젖을 빠는 널 보고 가슴이 뭉클했단다. 널 낳았다는 게 실감이 났거든.

퇴원 후 집으로 온 뒤 네가 잠을 자고 있으면 엄마 아빠는 가만히 네 가슴에 귀를 가져다 대곤 했단다. 혹시 숨을 안 쉬지는 않는가 하는 괜한 걱정으로 말이다. 병원에서 ‘이수진/강규호님의 아가’로 있다가 드디어 ‘현진’이라는 이름을 너에게 주었을 땐 또 새롭더구나. ‘현명할 현’에 ‘보배 진’! 현명한 이 나라의 보배가 되기를….

현진이가 첫 이유식을 시작했을 때 ‘과연 잘 먹을까?’ 하는 맘에 조심스럽게 하얀 쌀 미음을 떠 먹였다. 그런데 이런…! 너무 잘 받아먹는 거당~! 생각보다 흘리지도 않고 아주 잘 먹었어. 미음에서 죽으로 넘어가고 진밥으로 거의 흘리지 않고 ‘아~’하고 입을 벌리면서 잘 먹어서 얼마나 예쁜지…. 이렇게 미음과 죽을 먹었는데 어느덧 벌써 이가 열한 개가 나고, 사과를 갈아주지 않아도 베어 물어 먹고, 그 조그만 입으로 엄마 아빠를 부르고 맘마를 찾고…. 이런 너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니.

어느덧 현진이 엄마, 현진이 아빠라는 이름으로 산지가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는구나. 아직까지 아무런 큰 탈도 없이 잘 먹고, 잘 싸고, 잘 놀고, 잘 자고 해주어서 너무 고맙단다. 살아가면서 기쁘고 즐거운 일과 슬프고 어려운 일도 많이 생기게 될 텐데 그때마다 지혜롭고 슬기롭게 잘 이겨내면 좋겠구나. 엄마 아빠는 현진이의 기쁨을 나누어 배가 아닌 열 배 백배 더 기쁘게 해 줄 거고, 슬픔을 나누어 반으로가 아닌 아예 없어질 수 있도록 옆에서 항상 지켜봐 줄 테니 믿고 의지하면서 아무 걱정 없이 잘 자라 주었으면 좋겠구나.

이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있단다. 봄이 오면 겨울이 시샘을 부려 잠깐 꽃샘추위가 오겠지만 그래도 엄마는 따뜻한 봄이 기다려진단다.

예쁜 우리 현진이가 태어난 봄! 현진이 첫 생일이 돌아오는 봄! 봄이 빨리 와서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 현진이를 소개시켜주고 자랑하고 싶단다. 봄이 오면 엄마 아빠랑 손잡고 꽃 내음 맡으러 놀러도 가고 하자꾸나! 사랑한다 현진아~ 첫 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현진이 아자아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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