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세무조사 국회 재경위 설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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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안정남(安正男)국세청장이 5일 오후 국회 재경위에 나왔다.

그는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를 놓고 여야간에 벌어진 '언론 길들이기' 공방의 한복판에 섰다. 회의는 긴박감 속에 4시간 동안 진행됐다.

◇ "하청(下請)아니냐" 〓한나라당 의원들은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정치적 하청 세무조사" 라고 끈질기게 몰아세웠다. 安청장은 "단 한번도 대통령이 어느 기업을 어떻게 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 고 반박했다.

▶안택수(安澤秀)의원〓청장이 자율적 판단에 따른 조사라고 강변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김대중(金大中)정권은 야당을 말살하기 위해 안기부자금을 터뜨리고 곧이어 언론 장악을 위해 세무조사라는 철퇴를 가한 것이다. 눈엣가시인 '빅(big)3' 신문사와 민간방송 한 곳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다.

▶安청장〓국세청 본연의 업무다. 세무조사는 어디서 시킨다고 하고,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내 판단에 따라(세무조사를)한다.

▶손학규(孫鶴圭)의원〓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언론개혁과 이번 세무조사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 어떤 국민이 대통령이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믿겠나.

▶安청장〓(그런 지시는)전혀 없었다.

▶孫의원〓법정 세무조사기간인 5년 동안 15% 기업만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어떻게 언론사는 일제 조사를 하나.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

▶安청장〓특정 언론사만 조사하면 또 무슨 소리가 나오겠나. 형평성 때문에 그렇게 됐다.

▶나오연(羅午淵)의원〓정권 차원의 언론 길들이기 아니냐. 탈세의혹도 없이 하는 조사 아니냐.

▶安청장〓확인 없이 어떻게 조사하겠느냐. 나름대로 전산 분석한 결과 탈루부분이 나왔으나 확실하지 않아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고비 탈루, 지국수입 누락 등의 문제와(신고)성실도의 분석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안다.

▶정의화(鄭義和)의원〓지방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세무조사할테니 알아서 잘 행동하라" 는 엄포용 아니냐.

▶安청장〓세금 몇푼 낸다고 언론자유가 손상될 이유가 없다.

▶이한구(李漢久)의원〓중소기업은 세무조사를 안한다고 했는데 지방언론사는(중소기업에)포함 안되나.

▶安청장〓형평성이 중요하다. 어차피 언론사 전체를 같은 잣대로 보자는 것이다.

◇ "당연한 조세행정" 〓반면 민주당 강운태(姜雲太)의원은 "영리기업들에 대한 당연한 세무조사다. 언론사가 자청해서라도 세무조사를 받아야 한다" 고 주장했다.

김태식(金台植)의원은 "내용이 순수해도 정치적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며 "조사의 초점은 이런 의혹을 푸는데 맞춰져야 한다" 고 지적했다.

◇ "조사 결과 공개하라" 〓여야 모두 세무조사 결과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조사가 정당하다면 못 밝힐 이유가 뭐냐" (李漢久.한나라당), "세무조사가 소모적 정쟁이 되지 않기 위해 공개하라" (沈奎燮.민주당)고 요구했다.

安청장은 "개별기업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없다. 조사결과가 알려진 것은 검찰에 고발했을 경우에만 국한된다" 며 "이번에도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발표할 것은 하고 안할 것은 안하겠다" 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hodo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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