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6개월 현장 점검] 中. 교묘해진 담합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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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의약분업의 불편에 대한 환자들의 불만은 상당히 줄었지만 대신 의.약간 온갖 형태의 담합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또 병.의원에 대한 제약사의 리베이트가 갈수록 다양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의약분업의 근간을 흔드는 독버섯이다.

◇ 상상을 넘는 처방 대가="원장 부인이 부르더니 '시아버지 회갑 잔치에 관광버스 한대 대절해 준 게 끝이냐' 고 따지더라. "

상위 랭킹에 속하는 한 제약사 영업담당 朴모(42)부장의 말이다.

그는 "매월 우리 약을 처방해 주는 대가로 약값의 15%를 리베이트로 주지만 때만 되면 원장 부인까지 나선다" 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결국 그 병원에 생수를 무료로 공급하고 있다. 처방 대가는 현금으로 끝나지 않는다.

밥그릇.소모품.생수.놀이방 놀이시설 등 생활용품에서부터 냉장고.컴퓨터.TV 등 가전제품까지 제공하며 계속 관리해야 한다.

리베이트가 가면 효과가 금방 나타난다. 경기도 부천의 한 약사는 "제약사 영업사원이 '우리 회사 약을 준비해 둬라' 고 한 뒤 병원을 다녀오더니 그 다음날부터 바로 병원의 약 처방이 바뀌더라" 고 말했다.

약 납품대금을 리베이트로 제하는 경우도 있다. 종합병원에 대한 약 채택 대가(속칭 랜딩비)와 약국에 대한 리베이트도 여전하다.

D제약사 崔모 부장은 "2천만원을 현금으로 준비해 갔으나 의사가 현금 다발을 바닥에 내팽개치는 바람에 1천만원을 더 줬다" 고 털어놨다.

그는 "본사 차원에서 매월 리베이트.랜딩비 지급현황을 병원.의사별로 관리하며 처방 실적에 따라 다음달 '실탄' 이 배정된다" 고 털어놓았다.

◇ 병.의원-약국의 담합=지난해 8~9월 의약분업 초기에는 병.의원이 특정 약국으로 처방전을 가져가도록 유도하는 '고전적' 형태가 주류였다.

그러나 지금은 담합 브로커까지 등장했다. 의사가 고가약을 처방하고 약사가 저가약을 조제하도록 유도하는 게 브로커의 일.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은 3자가 나눠먹는다.

약사회 관계자는 "분업 초기에는 브로커가 조제수익 일부를 먹었지만 요즘에는 담합 약국을 입지시키면서 권리금의 일부(1천만~2천만원)를 챙기는 게 일반화했다" 고 말했다.

부천에서는 환자가 담합 약국에서 처방전과 다른 저가약을 모르고 조제해 오다 다른 약국에서 처방전 약을 짓는 바람에 담합 사실이 들통난 적도 있다.

그 약사는 "의사에게 항의하니 '다 알면서...' 라고 얼버무렸다" 고 말했다.

병.의원을 헐어 약국을 짓는 행위가 불법화하자 서울 S구에서는 거꾸로 약국의 일부를 헐어 의원을 짓는 경우까지 등장했다.

또 인근의 새 상가에서는 약국이 먼저 입주하고 의원들이 차례로 같은 층에 입주해 법망을 피해갔다. 환자에게 처방전도 보여주지 않고 직원이 담합 약국에서 약을 타와 건네기도 한다. 환자 김송희씨는 "이게 무슨 의약분업이냐" 고 말했다.

신성식.전진배.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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