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혁·개방물결 거세질까] 경제특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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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북한에선 경제특구가 확대될 게 확실시 된다.

1991년 12월 개설된 나진.선봉지구가 사실상 실패로 끝나 대외개방을 통한 경제재건을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진.선봉의 실패는 사회간접자본(SOC)이 부족한데다 이곳에 진출하려는 외국기업의 애로사항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부족한데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북한당국은 이에 대한 개선책부터 숙고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거론되는 경제특구는 신의주와 개성이다. 金위원장은 지난해 1월말 남신의주 일대를 개방 거점지역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신의주 구상' 을 밝힌 바 있다.

또 중국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과 신의주-단둥(丹東)경제특구 개발에 합의했다는 얘기도 간간이 흘러나오고 있다.

상하이 개방현장을 자세하게 관찰하는 기회를 가진 金위원장이 평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신의주에 들른 것은 이곳을 '북한의 상하이' 후보로 생각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개성은 자유로에서 불과 10㎞ 거리로 남한과 가장 가까운 곳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현대아산과 한국토지공사가 진행 중인 개성공단 사업은 2008년까지 3단계로 나눠 개성시 판문군 평화리 일대 4천만평에 조성할 예정이며 이르면 4월에 1백만평의 시범공단 조성에 착수할 계획이다.

개성은 남한의 자본.기술과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된 수출공단 개발에 주력할 전망이다. 이곳에서 수출산업을 육성할 경우 신발.섬유.전자부품 등이 유망하고 우리 중소기업들이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개성은 현대가 지난해 8월에 밝힌대로 중국 선전(深□)모델을 따른 것 같다. 선전은 중국 정부의 과감한 세제.행정지원으로 외자유치에 성공했으며 금융기관 1천여개와 기업 1만6천여개가 밀집해 있다. 미국의 IBM 등 세계적 기업들이 들어서 있다.

그밖에 남포와 원산도 경제특구 후보지로 꼽힌다. 97년 세계경제포럼(WEF) 동아시아.태평양경제정상회의에 참석했던 김문성 당시 대외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이 이 두 곳의 개방 방침을 밝혀 주목을 끈 바 있다.

金위원장의 머릿속에는 개성-남포-신의주를 잇는 서부축과 원산-청진-나진.선봉의 동부축을 개방.개발거점으로 삼아 경제재건의 견인차로 삼으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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