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즈워스 주한 미국대사 고별 기자간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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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대사로 부임했을 당시 한국 국민들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헌신적 노력을 하는데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

스티븐 보즈워스 주한 미국대사는 29일 서울 정동 대사관저에서 고별 기자간담회를 하고 3년2개월에 걸친 한국 생활에 대한 감회를 털어놓았다.

1997년 11월 부임한 보즈워스 대사는 30일 용산 미군캠프에서 이임 의장행사를 끝으로 대사업무를 마무리한다.

직업외교관 출신인 그는 다음달 11일 귀국한 뒤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학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보즈워스 대사는 "떠나기 전 난제였던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과 노근리 사건을 원만히 해결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고 밝혔다.

그는 재임 기간 중 가장 인상적인 사건으로 "한국에서 최초로 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등 많은 일이 있었으나 지난해 6월 평양에서 있었던 남북 정상회담이 가장 극적이었다" 고 말했다. 한국 언론과 지식인들에 대한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언론과 유력인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한.미간 갈등 우려에 대해) 조금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는 것" 이라며 "부시 행정부가 대북정책의 결론을 내릴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국 정부가 우려할 필요는 없다" 고 말했다.

특히 "부시 행정부에서도 한국과 긴밀한 공조를 통해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믿는다" 고 강조했다.

북.미 제네바 합의에 대해 그는 "합의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북한은 물론 동맹국인 한국.일본과 협의해야 한다" 며 우리 정부가 반대하는 한 수정이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북.미 미사일 회담과 관련,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완전 해결된 것은 아니다" 며 "북.미 관계의 최우선은 미사일 문제" 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과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訪中)을 언제 알았느냐' 는 질문에는 "서로를 놀라게 하지 않는다는 한.미간의 약속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은 알 만한 시기에 알았다. 그러나 金위원장과 미국은 그런 약속이 없었다" 며 웃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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