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감세안 지지…힘얻은 '부시노믹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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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상당히 강도 높은 경기부양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상원 예산위에서 향후 금융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감세정책을 지지하는 한편 특유의 암시적인 표현으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같은 그의 발언을 뒤집어 보면 최근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식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 왜 감세안 지지로 돌아섰나〓그린스펀은 먼저 "향후 10년 동안 발생하는 재정흑자를 5조6천억달러의 국가 부채상환에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흑자가 예상보다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부채상환과 세금감면을 동시에 추진할 수도 있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경기가 둔화수준을 넘어 침체로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세금감면을 통한 소비지출 확대 등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쓸 필요가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FRB는 지난 3일 경기 연착륙을 위해 전격적인 금리인하(0.5%포인트)결정을 내렸으나 효과가 금세 사그라들면서 시장에서는 감세정책이 힘을 얻어왔다.

그러나 그린스펀은 "대규모 감세는 금융시장과 정부의 재정수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며 "구체적인 세금감면 액수는 새로 출범한 미 행정부와 국회가 결정해야 할 일" 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감세안이 정책의 제1순위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향후 통화.재정정책을 둘러싼 행정부와 FRB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힘 얻은 부시 행정부〓취임과 동시에 경제회복이라는 짐을 떠안은 부시 행정부는 일단 큰 장애물을 넘게 됐다.

'경제대통령' 그린스펀의 지지를 등에 업고 감세안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아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그린스펀 의장이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의 중요성을 인정함으로써 감세안의 의회 통과가 훨씬 수월해졌다" 며 환영했다.

부시 경제팀은 그린스펀이 경기 악화 여론에 밀려 전면적인 감세정책 지지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올 여름에 1조달러 규모의 감세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높아진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미 경제 상황을 '제로성장' 에 빗대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생산성과 인플레 부문에서의 우려는 크지 않으나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 큰 문제" 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에서 추가 금리인하 조치가 단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인하폭은 0.25~0.5%포인트로 점쳐진다.

골드먼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빌 더들리는 "현재 상황이 경기 저점에 들어섰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기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FRB가 추가적으로 금리를 낮출 것이 분명하다" 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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