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없는 게 없는 홈쇼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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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홈쇼핑 직원 140명은 지난해 보험설계사 자격증을 땄다. 보험상품을 팔려면 보험설계사 자격증 있는 직원이 전 직원의 10% 이상 돼야 한다는 요건을 맞추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시험공부를 했다. TV 홈쇼핑은 이제 단순히 액세서리.가전제품 등만 팔지 않는다. 이민상품에서부터 보험.금융 등의 서비스상품까지 판매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 무형상품에서 새 길 찾기=무형상품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보험.펀드외에 공연.여행.결혼컨설팅, 해외인턴십 프로그램 등의 상품도 있다. 지난해 이민상품을 내놔 인기를 끈 이후 TV홈쇼핑의 무형상품 품목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다.

최근 홈쇼핑 업계가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는 보험.펀드 등 금융상품. 매주 2~4차례는 반드시 금융상품 프로그램을 배정한다. 방송 1년째를 맞는 보험상품은 방송마다 3000~4000건의 상담전화가 오고, 이 중 40~50%가 계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한 시간의 방송이 설계사 수 천명 몫을 한다"고 말했다.

적립식 펀드상품도 인기품목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지난 7월 현대홈쇼핑이 굿모닝신한증권의 '산타클로스 적립식 펀드' 판매를 시작한 이후 CJ홈쇼핑(미래에셋의 적립형 3억 만들기 펀드)이 펀드판매에 가세했다. 우리홈쇼핑은 곧 동양종합금융증권과 손잡고 적립식 펀드를 판매할 계획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방송을 통해 적립형 펀드의 개념을 알릴 수 있어 좋았다"며 "방송내용도 재테크를 설명하는 것이어서 일부 시청자는 교육방송을 본 기분이라는 반응도 보였다"고 말했다.

최근엔 부동산 상품의 판매 쪽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콘도 회원권.납골묘 등의 상품이 선을 보였고, 한 홈쇼핑업체는 부동산 분양을 시도했다가 중단하기는 했으나 조만간 부동산 상품도 나올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 문제는 내실=무형상품은 60%까지 반품이 되는 의류와는 달리 반품처리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수수료만 매출액으로 잡게 되자 운송료와 재고부담이 없는 무형상품의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 이민상품 등 무형상품 판매시 '이벤트'라는 말을 붙였던 것과 달리 최근엔 무형상품을 이벤트 상품이 아닌 정규상품이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무형 상품의 정확한 매출규모를 밝히는 것은 꺼린다. 특히 보험설계사와 같은 기존 판매조직의 반발을 우려해서다. 대체적으로 무형 상품의 비중은 매출 기준으로 5%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2~3년 전의 1% 미만에 비하면 크게 높아진 수치다.

1995년 이후 급성장하던 홈쇼핑 시장 규모는 2002년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불경기에 카드대란의 유탄도 맞았지만 기본적으로 케이블 TV 가입자가 1200만명에 이르면서 증가세가 정체된 탓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규 고객을 만드는 방법은 다양한 상품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한투증권 나홍석 선임연구원은 "정규 방송으로 계속할 만큼 물량이 충분치 않고 새 상품 개발의 한계도 있어 앞으로 홈쇼핑에 나오는 무형상품이 확대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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