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얼굴)총재가 22일 사흘째 칩거(蟄居)를 했다.
서울 근교에 머물던 李총재는 이날 지방으로 내려갔다. 주진우(朱鎭旴) 총재비서실장은 "설 연휴가 끝날 때까지 李총재의 행방을 알려 하지 말라" 고 기자들에게 부탁했다.
총재실 관계자는 "李총재의 이런 칩거는 그가 1996년 정치권에 들어온 뒤 처음" 이라며 " '정치가 이래선 안된다' 는 판단 아래 어떻게 정국을 끌고 갈지에 대한 장고(長考)를 거듭하고 있다" 고 말했다.
때문에 李총재의 구상은 '결단의 형태' 로 나타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한 당직자는 "원외 투쟁 쪽에 비중을 두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이 정쟁(政爭)이 아닌, 경제.민생 쪽을 원한다는 것을 李총재가 잘 알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안기부 자금 공방으로 빚어진 '3金1李' 구도를 벗어나기 위해서도 기존 정치인과 차별화한 유연한 모습이 필요하다" 고 덧붙였다.
또 다른 당직자는 "여권이 민생과 대북.대미정책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점도 李총재의 고려 대상" 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측근들은 李총재가 국회 내 공세를 강화하고, 자민련의 실체(국회 교섭단체)를 인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측근은 "특검제를 통해 과거 모든 정치자금을 밝히면서 미래로 나아가자는 주장을 펴기 위해서도 자민련의 존재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그렇지만 李총재가 지난해 11월 장외투쟁을 하다 국회 복귀를 선언한 때처럼 '전면적인 입장선회' 카드를 내놓긴 힘들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홍사덕(洪思德)국회부의장은 "李총재가 무슨 구상을 하느냐에 따라 결말이 나는 국면이 아니다" 고 해석했다.
고정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