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적자금 청문회 안할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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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 공적자금 청문회를 둘러싼 여야(與野)의 한심한 작태는 분노를 금치 못하게 한다. 청문회는 어제도 증인 신문 방법 등을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나흘째 공전을 거듭했다.

일정은 하루 더 남았지만 사실상 무산된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설 연휴 이후 청문회가 다시 열릴 가능성은 있지만, 이런 식이라면 그 때도 결과는 뻔하다.

지금까지 금융.기업 구조조정에 무려 1백10조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갔지만 그 성과는 어처구니 없이 미흡하다. 이번 청문회의 주 목적은 누가 얼마나 잘못했느냐를 파헤쳐 처벌하자는 것만이 아니다.

공적자금의 조성.투입.사후 관리 과정의 문제점을 알아내 앞으로 더 들어갈 50조원이 제대로 사용될 수 있는 개선책을 찾자는 것이다. 그래야 구조조정이 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의 자금 운용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잘못됐고 왜 돈이 낭비됐는지를 알 수 있는 몇가지 주장들이 한나라당측에서 제기됐다.

5개 정리 은행 고정자산이 '터무니없는' 헐값에 팔렸는가 하면 퇴출 은행 선택에 '비경제적 요인' 이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물론 여당.정부 반박대로 이런 주장 중 상당 부분은 검증되지 않은 '흠집 내기성 폭로' 일 수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권오을(權五乙)의원이 들고나온 예금보험공사 운영위의 '서면 결의' 주장 등은 단순히 폭로성으로만 치부하기엔 너무 미심쩍은 부분들이 많아 반드시 파헤쳐야 할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당리당략에만 급급해 이런 중요한 책무를 외면하고 있으니 이는 직무유기요 국민에 대한 배신 행위다.

공적자금 문제는 여야간 정쟁의 대상으로 질질 끌 일이 아니다. 한국 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청문회가 이대로 끝날 경우 정부에 '면죄부' 를 주면서 종전 실책이 되풀이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여야는 설 연휴 직후 바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그리고 국가 경제와 국민 보호 차원에서 '공적자금의 모든 것' 을 파헤쳐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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