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성장에 방해되는 새 학기 스트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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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후면 새학기가 시작된다.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난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한편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진다. 이처럼 새로운 환경 적응과정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한 증세를 ‘신학기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유달리 얌전하고 낯가림이 심한 아이들의 경우 더 심하다. 문제는 스트레스가 많으면 성장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키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표정으로 나타난다

서정한의원 박기원 원장은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3월은 어느 때보다 스트레스 요소가 많은 시기인 만큼 부모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선 아이 특유의 밝은 표정이 사라진다. 얼굴 표정은 자잘한 자극 근육들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스트레스가 있으면 이 근육들이 굳으면서 표정이 변한다. 이때 얼굴 근육만 굳는 것이 아니다. 목·어깨·가슴 근육이 움츠러들고 근육 밑의 혈액과 기의 흐름도 원활하지 못하다. 이처럼 신진대사가 막혀버리면 성장이 잘 되지 않는 것은 물론 근육 통증과 두통도 유발한다.

런던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성호르몬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콜레스테롤 수치에도 영향을 준다. 스트레스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면 성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성장기에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또래보다 일찍 성호르몬이 분비되기 시작한다. 또한 스트레스는 자율신경계를 교란시켜 생체시계를 바꿔놓는다. 생체시계에 혼란이 오면 분비돼야 할 호르몬이 분비되지 못하고 오히려 줄어들어야 할 호르몬이 분비됨으로써 생리현상에 큰 혼란을 초래한다.

이 외에도 비만·장시간의 TV시청·컴퓨터 사용 또한 생체시계를 교란시키는 원인으로 성호르몬이 분비되는 시기를 앞당겨 성조숙증을 유발한다.

신학기 증후군은 대개 한 달 정도 계속된다. 이 때문에 개학 후 한 달간은 아이들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부모의 지나친 기대도 아이에게는 큰 스트레스다. 학습량이 많아 부담스러워 한다면 학원 스케줄을 여유 있게 조정해주는 것이 좋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 보면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규칙적인 운동을 꼽을 수 있다. 아침·저녁 10분씩 스트레칭을 하면 성장판을 자극해 키 성장을 돕는 것은 물론 스트레스로 뭉친 근육을 풀 수 있다. 양질의 수면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한 방법이다. 박 원장은 “보통 5~12살 어린이는 9~11시간 정도 수면을 취할 것”을 권하며 “아이들이 가급적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지키도록 신경쓸 것”을 당부했다.

호두·귀리·바나나 등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

부모의 사랑도 아이의 키 성장에 영향을 준다. 박 원장은 “진료를 하다 보면 다정다감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권위적인 부모의 또래 아이들보다 성조숙증일 확률이 적고 뼈 나이도 어리거나 정상적인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들의 뼈 나이는 가족의 친밀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녀의 키가 더 자라길 바란다면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스를 없애주는 식재료로는 호두가 있다. 호두는 신장 기능을 강화해 힘을 솟게 하고 나쁜 기운을 없애주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위한 간식으로 제격이다.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비타민 E가 풍부해 우울증이나 치매 예방·노화방지에도 효과적이다.

멜라토닌이 풍부한 귀리와 바나나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멜라토닌은 심장박동을 낮추고 근육을 이완시켜 스트레스에 대한 방어력을 키워준다. 호두를 비롯해 두부·호박씨·아몬드·땅콩에는 체내에서 멜라토닌으로 합성되는 트립토판이 풍부하다. 멜라토닌 또한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도움말=서정한의원 박기원 원장

< 송정 기자 asitwere@joongang.co.kr / 사진=황정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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