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미국 껴안기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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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국가보안법 대치 정국 속에서 열린우리당이 '미국 껴안기'에 나섰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19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한.미 우호 증진을 위한 만찬회'를 열었다. 크리스토퍼 힐 신임 주한 미국대사의 취임 축하연을 겸한 자리다.

이 의장은 이 자리에서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민주주의, 경제발전의 버팀목이 돼 왔다"고 치켜세웠다."우리 국민은 (한국의) 발전이 미군의 고귀한 희생과 굳건한 혈맹관계에 의해 뒷받침됐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핵 문제의 해결은 당사자인 한.미 간의 긴밀한 협의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힐 대사는 "(한.미) 동맹 구축 이후 태어난 세대도 동맹에 대한 굳은 신념을 갖도록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화답했다. 그는 또 "한국과 미국 사이에 도전 과제가 많이 있지만 이는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며 "직업 외교관으로서 이 같은 도전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최근 도드라진 '친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 이부영 의장이 있다. 그는 지난 15일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 사령관과 조찬 회동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주한미군 감축 시한 연장 등을 성공적으로 타결하도록 한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고 말했다.13일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나 "미국 인사들과 거리감을 좁히는데 여당이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여당의 이 같은 친미 행보에는 보안법 폐지 당론 결정 등으로 높아진 국민의 안보 불안을 줄여보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 안보 우려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특히 '반미 정권'이라는 사람이 워낙 많아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측에선 이날 만찬에 힐 대사를 비롯해 개리 트렉슬러 주한미군 부사령관과 윌리엄 오벌린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 등 주요 인사 40여명이 부부 동반으로 참석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이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 부부를 비롯해 김덕규 국회 부의장, 문희상.유재건.장영달.안영근 의원 등이 참석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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