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야마다 기미오-유창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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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23에 둔 劉9단, 白24에 '아뿔사'

제2보 (23~40)〓중반의 첫수를 소개하기 전에 23부터 다시 본다. 왜냐하면 국후 劉9단이 이 23을 몹시 후회했기 때문이다.

23은 전혀 이상이 없어 보인다. 劉9단도 그래서 이 수를 척척 두었다.

하지만 백24가 놓이고 보니 문득 기분이 나빠졌다. 좌변 백진이 생각보다 너무 훌륭했던 것이다.

"부득이 백진에 뛰어들게 됐는데 남의 진영에 먼저 뛰어든다는 건 일단 피곤한 일이죠. 특히 공격을 좋아하는 劉9단으로서는 그게 싫었을 겁니다." (홍태선8단)

25가 중반을 알리는 첫 수가 됐다. 劉9단 쪽은 23으로 24자리에 둬야 했다며 절실히 후회하고 있었지만 야마다8단 쪽은 타개가 전공이고 공격에는 별 취미가 없어 그저 그런 기분이었다.

바둑은 논리적이고 수리적인 게임이다. 그러나 기분이라는 게 또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31로 틀을 잡고 33으로 나가자 34, 36으로 이단젖혀 온다. 소위 행마의 틀이며 일본바둑은 이런 부분에 강한 특성이 있다. 37, 39로 끊어 잡으면 한점을 버리고 다시 40으로 틀어막는다.

바로 이 대목에서 劉9단은 고민에 빠졌다. '참고도' 흑1로 잇고 백2엔 흑3으로 살아두는 게 보통의 착상일 것이다. 흑A가 준 선수라서 상변도 크게 불안하지는 않다.

그러나 劉9단 같은 공격바둑들은 상대가 이렇게 두터워지는 게 영 싫다.

劉9단은 13분 만에 41로 뚫었다. 상대는 필연적으로 반격해올테지만 劉9단으로서는 도저히 물러설 기분이 아니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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