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부천·광명 … 소형연립·원룸 전셋값 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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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서울 잠실역 인근의 택배회사 지점에 근무하는 권모(31)씨는 지난 주말 성남시 신흥동으로 이사했다. 권씨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5만원을 내는 조건으로 원룸을 구했는데 이전에 살던 잠실 원룸의 절반 가격”이라고 말했다.

요즘 서울과 붙어 있는 수도권 지역에 소형 주택을 찾는 전·월세 수요가 부쩍 몰린다. 특히 지하철을 통해 서울로 쉽게 출퇴근 할 수 있는 경기도 고양·부천·광명·성남·남양주시의 인기가 많다. 성남시 신흥동의 이상일 공인중개사는 “지하철 8호선 단대오거리역과 모란역 인근의 원룸이나 소형 연립주택은 예약을 해야 전세 물건을 구할 수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찾는 수요가 늘자 가격도 뛴다. 부천시 괴안동의 이진남 공인중개사는 “역곡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방 2개짜리 연립주택 전셋값이 5000만원 선으로 올 들어 1000만원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서울의 소형주택 전셋값이 크게 오른 영향이 크다. 광명시 철산동 조기태 공인중개사는 “서울 마포구나 관악구에서 이곳으로 옮겨 오는 세입자가 많다”며 “철산역 인근에 지난해 11월부터 1600여 가구의 83㎡형 소형 아파트가 입주했는데도 전세 물건은 거의 다 나갔다”고 말했다.

집값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집을 구입하는 대신 전세 기간을 연장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고양시 성사동의 김옥순 공인중개사는 “요즘에는 집을 사겠다는 수요를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 광역교통망이 개선돼 서울 접근성이 좋아진 원인도 있다. 남양주시 도농동의 김진용 공인중개사는 “중앙선 개통으로 도농역에서 서울 용산까지 40분이면 갈 수 있기 때문에 서울 도심에 직장이 있는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이런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재개발 철거 등으로 서울의 소형주택은 물량이 줄어들면서 몸값이 뛰고 있기 때문에 서울 접경 지역이 대체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소액으로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라면 새로 생기는 전철역 인근의 원룸이나 소형 오피스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투모컨설팅 강공석 대표는 “지하철 연장선 부근은 물론 경전철역 예정지 인근도 눈여겨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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