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성 '중소기업 둥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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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 전남 장성군 동화면 용정리에 들어선 세탁기 제조업체 한국물산(주) 직원들이 생산라인에서 세탁기 부품 규격을 살펴보고 있다.장성=양광삼 기자

전남 장성군 동화면 국도 24번에서 동호마을 쪽으로 과수원 길을 따라 400m가량 들어가면 공장입지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장성군이 '소규모 개별공장 입지 가능지역'으로 지정한 동호지구다. 부지 3000평 이하의 작은 공장들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한 곳이다. 이곳 8850평에 LG전자 광주공장 협력업체인 그린전자 등 6개 업체가 입주하기 위해 공동으로 공장터를 닦고 있다.

그린전자의 이미란(38)사장은 "다음달 말까지 1000평 규모의 공장을 지어 광주 하남산업단지에 있는 에어컨.청소기 부품 생산라인을 옮길 예정"이라며 "직원도 지금의 두배 수준인 30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호지구와 인접한 용정지구에는 삼성전자의 협력업체인 한국물산이 공장을 지어 입주했다. 직원 60명 중 40명을 현지에서 채용해 지난 7월부터 세탁기 부품들을 만들고 있다. 또 특수테이프를 제작하는 ㈜영보피엔시의 공장도 건설 중이다.

인구 5만1000여명의 '시골'인 장성군이 중소기업의 새 둥지로 떠 오르고 있다. 장성군에서 올 들어 공장을 가동 중인 중소업체는 9개이고 또 다른 9개 기업이 공장을 짓고 있다. 또 경기도 오산에서 에어컨 부품을 만들어 온 대한공조(직원 170여명, 연매출 500여억원)가 3000평의 부지를 확보하는 등 5개 업체가 장성군으로의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성군은 올 들어 23개의 중소기업을 유치했고 600개의 새 일자리를 만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장성군에서 공장을 돌리는 중소업체는 군 전체를 통틀어 170곳밖에 없었다.

장성군에 중소업체들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달 삼성전자가 경기도 수원의 세탁기.에어컨 생산라인을 장성군에서 자동차로 30분거리에 떨어져 있는 광주 하남산업단지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있던 삼성전자 협력업체 중 25곳은 광주에 자리를 잡았고 10곳은 장성에 둥지를 틀었다.

장성군의 공장용지 값은 다른 지역에 비해 싼 편이다. 평당 6만5000~10만원이다. 광주 하남과 평동산업단지의 땅값(평당 49만~80만원)과 비교가 안 될 만큼 낮다. 때문에 그린전자.동신전자.유니온전자 등 광주에 있던 LG전자 협력업체들까지 장성으로의 이전을 추진 중이다.

최금택(49) 장성군 투자유치 담당은 "장성에 입주한 기업들은 사통팔달로 뚫린 주변 교통여건과 곧 완공할 물류시설에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호남고속도로와 국도 1번.24번이 장성군을 지나간다. 또 2008년이면 호남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를 잇는 장성~고창 고속도로가 뚫리고 내년 1월 서삼면에 연면적 16만여평의 호남 복합화물터미널이 문을 연다. 장성군의 발빠른 행정서비스도 기업 유치에 한몫을 했다.

장성군은 중소업체가 쉽게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건축면적 제한을 두지 않아 3000평 미만의 공장을 지으려는 중소업체의 활로를 열었다. 용정지구에 입주한 한국물산의 나정균(51)사장은 "장성군 공무원들이 보통 2주일 걸리는 토지이용 심의를 하루 만에 처리하는 등 발벗고 나서 지원하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장성군은 군예산을 들여 입주 공장의 진입도로를 넓혀주고 포장도 해주고 있다.

장성=이해석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yks23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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