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브랜드 가치란 무엇인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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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햄버거를 무척 좋아하는 영희네 동네에는 햄버거 가게가 두곳 있어요. 하나는 집앞 아파트 상가에 있고요, 다른 하나는 아파트에서 조금 떨어진 큰 길가에 있는 맥도날드 햄거버 집이예요.

영희는 동네 햄버거 집에는 거의 가는 적이 없어요. 조금 멀더라도 맥도날드 햄버거 집을 찾아가지요. 동네 햄버거 집은 햄버거 한개에 1천원이고, 맥도날드는 1천3백원인데도 말이예요.

영희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영희 대답이 “맥도날드 햄버거가 유명하니까”라는 거예요. 친구들에게 이름을 많이 들었고 광고를 통해 많이 봤다나요. 실제로 먹어 보니까 맛도 있더라는 거예요.

이런 것을 브랜드 가치라고 합니다. 우리 말로는 ‘이름 값’이라고 할 수 있지요. 입을 것이나 먹을 것이나 요즘 이름이 없는 상품은 거의 보기 힘들지요. 이름만 붙어있다고 브랜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예요. 사람들이 그 브랜드의 제품은 좋은 상품이 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야 브랜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지요.

브랜드 가치가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좋은 제품이라는 인식이 널리 펴져 있기 때문에 잘 팔리지 않겠어요. 유명 브랜드의 옷을 생각해 보세요. 어머니가 티셔츠를 하나 사준다고 할 때 어떤 생각이 들까요. 동대문 시장보다 백화점에서 유명 브랜드를 사 주길 은근히 원하지 않을까요.

최근 외국 유명 브랜드인 프라다가 국내에서 처음 세일을 한다고 하자 사람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이 벌어진 적이 있지요. 그뿐만이 아니예요.같은 제품이라도 브랜드 가치가 있으면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어요. 소비자들은 이름 값이 있으니까 제품의 품질도 좋을 것으로 생각해 믿고 살 것입니다.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소비자들은 돈이 아깝지 않다며 물건을 사려고 할 것입니다.

제품이 더 비싼 값에 많이 팔리면 그 제품을 생산한 기업은 돈을 많이 벌겠지요. 그래서 브랜드 가치가 있는 기업은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건전지로 유명한 ‘로켓트 전지’를 미국 질레트라는 회사가 1998년 사들였어요.

질레트는 7년 동안 로케트 전지의 국내상표권과 영업권을 빌려쓰는 조건으로 8백15억원을 로케트 전지에 지불했지요. 그런데 이 돈의 대부분인 6백억원은 로케트 전지라는 이름의 가치를 돈으로 쳐 준 것이라고 합니다.

에프킬러를 만드는 회사가 외환위기 때 부도가 나자 다국적 기업인 한국 존슨이 이 회사를 사들였어요. 그런데 공장터와 기계 등은 9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계산하고 ‘에프킬러’라는 브랜드의 값은 그 세배가 넘는 2백97억원으로 산정했어요. 회사에 돈을 얼마나 벌어다 줄 것인지를 브랜드 가치로 따진 것이지요.

이런 일들이 자주 생기면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최근에는 브랜드 가치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어요.

지난해 국내 한 연구기관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를 계산한 적이 있어요. 삼성이란 브랜드가 1등을 차지했어요. 가치로 따지면 10조원을 넘는다고 해요.그 다음은 LG, SK, 현대, 롯데 등의 순이었어요. 앞으로 10년간 그 브랜드가 회사에 벌어줄 돈을 기준으로 삼아 계산한 것이라고 하는데, 엄청난 액수지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외국 유명 브랜드가 탄생한 얘기를 몇가지 소개해 볼까요. 코카콜라는 1886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 사는 존 S 펨버튼 박사가 만들었어요. 그는 코카(Coca)라는 나뭇잎과 콜라(Kola)라는 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원료로 톡 쏘는 맛이 있는 음료수를 만들어 자신의 약국에서 5센트씩에 팔았어요. 상표는 두 원료의 이름을 합치되 콜라의 철자 중 ‘K’를 ‘C’로 고쳐 만들었어요. 바로 이 게 요즘의 코카콜라 브랜드랍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은 전 세계에서 전쟁을 치뤘지요. 전 세계에 주둔하게 된 미군들에게 코카콜라를 보급했어요. 전쟁기간 동안 50억병이 팔렸대요. 미군뿐 아니라 전쟁 지역의 주민들도 코카콜라를 마시게 되면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큰 것이지요.

휴대폰으로 유명한 미국 모토롤라의 첫 제품은 자동차용 오디오였대요.

그래서 자동차를 뜻하는 ‘모토’와 ‘빅터롤러’라는 축음기 이름을 합쳐서 회사 이름을 만들었다고 해요.

브랜드 가치를 높이자면 기업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학자들은 기업이 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브랜드를 키워 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맥스웰 하우스·코카콜라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은 1백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어요. 오랜 세월 동안 소비자들에게 그 제품을 공급하다 보니 커피 하면 맥스웰 하우스를 떠 올리고, 콜라라는 음료수로는 코카콜라를 제일 먼저 생각하게 된 것이지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좋은 인식을 얻는 것도 중요해요. 세계 최고급 자동차라고 하면 메르세데스 벤츠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동그라미 안에 별 모양이 들어가 있는 앰블렘을 아시지요. 벤츠 승용차의 앞 부분에 달려 있는 이 엠블렘을 벤츠 회사는 각별하게 생각한다고 해요. 벤츠에서는 승용차 생산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 이 엠블렘을 차에 붙인다고 합니다. 각종 품질검사를 거쳐 품질이 완벽한 차량이 만들어 졌다고 생각할 때 벤츠의 상징을 붙인다는 것이지요. 벤츠 사람들은 이 앰블렘에 세계 최고의 차라는 벤츠의 혼이 담겨 있다고 말한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요즘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고 많은 활동을 하고 있어요. 광고를 하거나 대형 스포츠 행사에 돈을 대는 일 등이 그런 것이지요.광고를 하거나 스포츠 행사에 돈을 댄다고 해서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까 하는 생각이 들거예요. 농구경기를 TV에서 중계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중계를 보면 농구장 주변에 회사 이름이나 상품 이름이 적혀 있는 광고판을 보게 되잖아요. 소비자들이 중계를 보면서 회사나 상품 이름을 기억하게 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자는 것이지요.

삼성전자는 지난해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올림픽 때 무선통신기기 후원업체로 뽑혔어요. 올림픽 행사를 치루는 데 사용하는 2만5천대의 핸드폰과 호출기, 무전기 등 2억달러 어치를 돈도 안받고 제공했다고 합니다. 전 세계 37억 인구가 지켜보는 올림픽 중계를 통해 자신들의 브랜드를 알리게 되는 만큼 삼성전자라는 브랜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겠지요. 삼성전자는 실제로 이로 인해 삼성전자라는 브랜드를 기억하는 세계 사람들이 5% 가량 늘어난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투자는 2억달러 했는데, 브랜드 가치는 10배 가량으로 높아졌다고 합니다.

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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