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협 사단법인 유보 배경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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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실익인가, 굴복인가.

프로야구 선수협의회가 사단법인 설립 추진 유보 결정을 내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록 ▶여섯 명 방출 철회▶선수협 실체 인정▶선수협 집행부 회원 자율 선출이란 전제조건을 달았으나 세 불리기에 성공한 선수협으로서는 갑작스런 입장 변화다.

게다가 지난 주말 사장단과의 물밑 협상에서는 현재 집행부 전원 사퇴 카드까지 내밀어 백기 투항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일단 선수협은 명분보다 실리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설사 사단법인을 설립하지 못하더라도 이미 2백26명의 회원을 확보했기 때문에 선수협 활동 기반은 마련했다는 것이다.

아직 가입하지 않은 현대 구단 선수들이 "사단법인을 유보하면 선수협에 가입하겠다" 는 뜻을 전달해와 이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경우 명실상부한 프로야구 선수 전체의 대표성을 확보하게 된다.

선수협은 각 구단이 전지훈련 포기 시한으로 못박은 17일이 다가오자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고육지책으로 사단법인 설립 유보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단측은 기존 입장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은 채 선수협을 무장 해제할 태세다. 8개 구단 주장단 모임에서 선수협 집행부를 새로 구성해야 하며 선수협 사무국은 폐쇄토록 요구하고 있다.

일부 온건파 사장들은 대화에 나설 뜻을 갖고 있어 물밑 협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선수협 사태에 적극 개입키로 한 문화관광부가 중재안을 마련해 사장단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인다면 극적 타협이 이뤄질 수도 있다.

구단측이 계속 대화를 거부한다면 선수협은 오는 19일 사단법인 설립을 다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대치 국면을 맞을지도 모른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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