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을 기다려 … ‘왕의 칼’ 사인검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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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1일 전통검 제작자인 이상선씨가 경북 문경시 농암면의 한 폐교에서 사인검을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범띠해(寅年) 음력 정월(寅月) 인일(寅日) 인시(寅時)에 만든 칼 사인검(四寅劍). 조선 초부터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해지는 사인검은 범의 기운이 네 번 겹치기 때문에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영물(靈物)로 불렸다. 왕이나 왕이 하사한 공신만 소장할 수 있었다.

21일은 경인년(庚寅年) 음력 정월(寅月) 8일(壬寅日)로 인시는 오전 3~5시. 경북 문경시 농암면의 한 폐교에서 전통 칼을 만들어온 고려왕검연구소 이상선(57) 소장이 사인검을 만들었다. 그는 20일 자정 무렵 검 제작을 알리는 고사를 지내고 쌓아둔 장작에 불을 지폈다. 불이 사그라질 무렵 이 소장은 단조와 연마 작업을 거친 45자루의 칼을 숯불 속에 집어넣고 달궜다. 그리고 오전 3시가 지나면서 달궈진 칼을 차례로 꺼내 칼날 부분을 찬물에 식히기 시작했다. 휘어지지는 않았는지 살피고서 담금질을 했다. 한 번 담금질이 끝나 식은 칼을 다시 불속에서 열처리하고 서서히 식혀 마무리했다.

최종 완성까지는 몇 개월이 걸린다. 그는 올해 사인검을 만들 수 있는 마지막 날인 3월 5일 12자루의 칼을 다시 담금질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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