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이색모임] 광주 '아버지 합창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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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월요일 밤마다 광주 금호문화회관에는 20대부터 60대까지의 목사.택시 운전사.육군 소령.교사.한국화가.구의회 의원.구청 공무원.대학생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인다.

광주 아버지 합창단원들이 화음을 맞추기 위해서다. 여성들보다 더 부드럽기도 한 남성 합창의 묘미는 음악을 모르는 이들도 절로 감탄하게 만든다.

서울.진주에 이어 세번째로 광주에 아버지 합창단이 생긴 것은 1997년 4월.

남성합창단으로는 광주.전남지역에서 처음이었고, "어머니합창단들은 많은데 왜 아버지합창단은 없느냐" 며 노래를 좋아하는 아버지들이 모여 만들었다.

유일하게 미혼인 김순종(28.호남신학대 3년)씨가 하도 졸라 원칙을 깨고 받아주기는 했지만.

지휘자 김성일(37.대불대 음악과 강사)씨는 "IMF가 터져 아버지들의 어깨가 처지면서 우리 합창단은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끌었고 그래서 빨리 자리를 잡았다" 고 말했다.

약 4년 동안 의욕만 앞세웠던 사람 등이 떨어져 나갔고, 자연스럽게 현재의 정예 36명이 걸러졌다.

대개 2년 이상 꾸준히 활동한 덕분에 음악을 사랑하는 차원을 넘어 가슴으로 그 묘미와 즐거움을 느끼는 수준에 다달았다.

널리 알려지면서 여기저기 부르는 곳도 많아 어머니합창단.어린이합창단 등의 발표회에 가 찬조 공연을 하는 등 공식무대에만 25차례나 섰다.

특히 지난해 10월 대통령배 전국합창경연대회에서 3위를 차지, 실력을 입증받았다.

나이가 가장 많은 박유곤(65.금호장식 대표)씨는 "연습이 끝난 뒤 가끔 삼겹살 집 등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자식 키우는 얘기와 세상사 등을 나누곤 한다" 며 "노래를 웬만큼만 부르면 와서 배운다는 생각으로 할 수 있다" 고 말했다.

가입 문의 016-604-4546.

▶지휘자〓김성일

▶테너Ⅰ〓박성휘(전 도곡중앙초등학교 교사).김일남(전 경신여중 교사).류려선(단체복 제작업).박동주(나드리주단).송신근(기림교회 목사).성낙경(화순초등학교 교사).전용우(현대자동차).김영구(한삶교회 목사).김순종(호남신학대 재학)

▶테너Ⅱ〓박흥수(동광주 현대자동차정비).성현빈(청문사).고재호(국정교과서 전남지부).김봉호(기아자동차).전재균.정영천(광주스포츠).오동수(국도상사).박광호(육군기계화학교).배상훈(건설업)

▶바리톤〓위칠량(서구청).조규천(승산기계).김현규(제자들교회 목사).신기삼(아가도스남성의류).황용연(전남도 선관위).김동열(신흥택시).이정돈(대성부단자).최형신(㈜제일산기).민홍준(전남여상)

▶베이스〓김승곤(신흥택시).김화진(남구의회 의원).박광선(영해산업개발).이형호(광주탁주).김경진.이남진(유촌건설).장복수(묵경화실).양모현(미래중고자동차매매상사).박유곤

▶반주자〓신정미(대불대 음악과 강사)

이해석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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