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내리면 위험한 지하철 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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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8일 오전 7시. 서울 지하철 6호선 석계역 5번 출구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하나같이 엉거주춤한 자세였다. 출구에 지붕이 없어 쌓인 눈이 계단에 그대로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역무원이 모래를 뿌리고 천을 깔았지만 노면수 까지 흘러 들어와 미끄럽기 그지없었다.

석계역 관계자는 "새벽에 지하철을 타는 승객들의 불만이 많다" 며 "출구에 지붕을 설치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고 말했다.

수도권 지하철.전철 역사(驛舍)가 폭설 대비에 미흡해 안전 사고가 우려된다. 지하철이 대혼잡을 빚은 8일 시민들은 미끄러운 지하철 출입구 계단을 오르느라 가슴을 졸였고 지상(地上)역에서는 승강장에 눈이 남아있어 걷는데 애를 먹었다.

◇ 덮개없는 지하철 출입구〓지하철 1~2호선을 제외한 나머지 역의 출구 대부분에 덮개가 없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폭설 때면 출구 계단이 꽁꽁 어는 데다 비오는 날이면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우산을 펴야한다.

물이 흘러들어와 미끄럼 사고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더구나 2기 지하철은 최근에 마무리됐음에도 덮개가 있는 출구를 찾기 어렵다. 5~8호선 1백44개역 가운데 지붕이 설치된 곳은 45개역에 불과하다. 출구수로 따진다면 5백70여개의 지하철 출구 중 덮개가 있는 곳은 16%(93곳) 정도다.

서울시 관계자는 "역 주변 상인들이 자기 상가 간판을 가린다고 반발해 지붕 설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 말했다.

◇ 미끄러운 전철 승강장〓지난 7일 오전 10시 4호선 한양대앞역. 李모(60.경기도 안산시 사동)씨는 승강장에서 미끄러져 응급차 신세를 졌다. '승차위치' 표시판이 미끄러운 인조 대리석으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1호선 부개역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승강장이 승객의 안전을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낙상(落傷)위험을 가중시킨다. 수도권 전철역 가운데 지상역은 모두 78개. 이 가운데 지난해 개설하거나 정비한 7개역의 신형 표시판이 문제다.

기존 표시판은 시각장애인용 블록이 설치된 안전선에 색깔만 다르게 하는 식이었으나 신형은 블록없는 대리석이어서 빙판으로 변하기 일쑤다. 선로와 불과 1m도 안떨어져 있어 선로위로 떨어질 위험마저 있다.

철도청측은 "전체에 블록을 깔면 시각장애인들이 승차 위치를 식별할 수 없다" 고 말했다. 그러나 최인구(35.서울 용산구 한남동)씨는 "표면을 덜 미끄럽게 하면서 구분할 수는 없느냐" 고 꼬집었다.

여기에다 제설 작업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아 승강장의 빙판화를 부추기고 있다.

김영훈.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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