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드라마 '여로' 연극으로 무대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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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색시야∼,노∼올자∼”철없는 땜통머리 남편 영구와 고된 시집살이에 눈물짓는 아내 분이의 애틋한 사랑이야기 ‘여로’.

40대 이상 중·장년층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이 작품은 일제시대부터 6.25전쟁,피란 등 근대사의 질곡을 배경으로 고부갈등과 가족의 화해,그리고 진실한 사랑을 절절하게 녹여내 춥고 가난했던 당시 시청자들을 TV앞에 묶어놨다.

1972년 방영된 이 드라마는 ‘70%대의 경이로운 시청률’‘방영되는 밤이면 거리가 한산해진다’‘여로 도둑 극성’등 수많은 화제를 낳았다.

최근 한길리서치가 서울지역 방송사 프로듀서 3백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20세기 베스트 드라마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후 30년.드라마 ‘여로’가 연극으로 무대에 오른다.

극단 세령은 ‘여로’를 창단작품으로 19∼21일 광주 문화예술회관 대극장을 시작으로

부산(1월24∼28일 문화회관 대극장),

서울(2월1∼1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수원(2월17∼18일 경기도 문화예술회관 대극장),

대전(2월21∼22일 충남대 대극장),

청주(2월24∼25일 예술의전당),

대구(3월3∼4일 시민회관 대극장)를 차례로 도는 순회공연을 펼친다.

명절 때마다 악극이 판을 치지만 총 제작비 15억,제작기간 2년,국내 최초의 제작분업 시스템 등 객관적인 기록부터 다른 악극과는 차별되는 작품이다.

이번 공연의 강점은 영구역의 장욱제 ·분이역의 태현실 ·시어머니 윤씨의 박주아 ·상준의 최정훈 등 드라마의 오리지널 멤버가 한 무대에 모인다는 것. 한 세대가 지난 지금 그때 그 감동을 얼마만큼 재현해 낼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특히 ‘여로’를 끝으로 연기생활을 접고 사업가로 변신한 장욱제씨의 녹슬지 않은 연기력은 기대할 만 하다.

여기에 이영후 ·남포동 ·김혜영 ·방은희 ·손호균 등이 가세한다. 김혜영은 시집에서 쫓겨날때까지 젊은 분이로 출연한다.

배경은 1942년 여주의 감나무골. 정신지체 장애인인 영구는 전처소생이라는 이유로 계모 윤씨의 미움을 받는데다 동네에서도 업신여김을 받는다.

참한 심성의 분이가 영구에게 시집오면서 갈등과 반목이 시작된다. 극단측은 줄거리는 원작 그대로 따르되 한국적 정서를 강조하고,그러면서 폭넓은 인간의 이해를 부각시키는 등 드라마 내용을 일부 축소해 2시간15분짜리 작품으로 정리했다.

작곡가 최종혁이 작곡을 맡았으며 오케스트라 ‘제로 나인’이 연구를 맡는다.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노래와 작품정서에 맞게 새롭게 작곡한 음악으로 극의 효과를 극대화시킨다는 것이 연출자 김창래씨의 의도다. 02-3675-0959.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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