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유창혁-야마다 기미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劉9단 평원 마다하고 뒷골목 기웃

제2보 (28~51)〓28에 뛰어 劉9단은 하변을 키워 나간다. 국면을 살피면 상변 쪽의 흑 석점과 백 석점은 서로 같다.

흑이 29에 지키게 되면 우하귀는 우상 백보다 우세하다. 따라서 하변 백이 좌변의 흑을 상대해야 국면의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 장면에서 백의 '다음 한수' 는 과연 어디일까. '참고도' 백1이 쉽게 정답으로 떠오를 것이다.

이 한 수는 백진을 키우면서 흑진을 제한하는 대세의 요점으로 마치 한폭의 그림처럼 선명하다.

劉9단은 그러나 30에 두었다. 광활한 평원을 외면하고 뒷골목으로 고개를 돌린 것이다.

그 순간 야마다8단은 31로 진출해 왔고 이 한 수로 흑의 좌변은 기러기가 날아오르는 화려한 모습으로 변하고 말았다. 백은 32로 귀를 파냈으나 35 역시 좋은 곳이어서 소득이 없다.

부득이 38로 삭감에 나섰으나 타이밍이 늦은 탓에 백의 하변은 39로 무너졌고 흑의 좌변은 47로 지켜지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다시 '참고도' 로 돌아가 보자. 劉9단도 백1이 요처임을 모를 리 없다.

그는 흑A의 침입이 거슬려 B를 선수하고자 했는데 상대가 C로 받아줄 리 없으니 이것이 과욕이었다.

흑이 A로 뛰어든다면 백도 D까지 갈 수 있으니 무념무상의 자세로 백1에 두어야 했던 것. 48부터 역전의 단서를 잡으려 분투하고 있으나 백의 비세가 두드러지는 바둑이 됐다.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