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값 절반에 매각 사장 반응은 일단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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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쌍용양회가 그룹내 최고 알짜기업인 쌍용정보통신을 매각함으로써 채권단.정부와 약속한 숙제(자구계획)를 거의 마쳤다.

매각 대금이 당초 기대에 훨씬 못미쳤지만, 매각이 성사된 데 대해 시장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 기대했던 가격의 절반에 매각〓쌍용양회의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은 지난해 10월말까지만 해도 정보통신 지분을 최대 9천억원, 적어도 7천억원 정도에 팔 수 있다고 장담했다.

정보통신 지분 매각 등 자구계획이 예상대로 진행되면 지난해 총 1조3천1백96억원의 차입금을 상환, 쌍용양회의 부채비율을 4백23%에서 1백49%로 낮추겠다는 채권단의 계산이었다.

그러나 정보통신 매각으로 쌍용양회에 실제로 들어오는 돈은 3천7백억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여 결국 예상보다 최대 5천3백억원의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긴 셈이다.

채권단은 대신 쌍용양회의 대주주인 일본 태평양시멘트의 3천억원 추가출자와 1조1천억원의 차입금을 출자전환할 계획이지만 쌍용양회가 정상화를 이루기 위한 목표 이익을 낼 수 있을지 분명하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건설경기가 위축돼 올 목표 영업이익(2천5백억원)을 거두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지주회사 편입 대신 독자생존을 선언한 조흥은행도 채무 재조정 이후 쌍용양회의 경영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차질이 불가피하다.

조흥은행은 사실상 출자전환이지만 여신으로 분류돼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떨어뜨리지 않는 전환사채 인수방식을 택해 독자생존 요건을 겨우 갖췄지만 이자를 거의 받지 못하는 출자전환액이 늘어난 만큼 수익이 악화될 수 있다.

◇ 시장은 긍정적 반응〓증권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비싸게 팔기를 기다리기 보다 이 정도의 현금을 확보하고 출자전환을 얻어내는 게 잘한 판단이라고 본다" 며 "이번 채무조정으로 쌍용양회는 회생 가능성이 생긴 만큼 채권단도 향후 주가 상승으로 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쌍용양회는 연간 매출이 2조원 정도라서 차입금을 2조원 미만으로 줄여주면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석원 회장의 대표이사 사직으로 쌍용양회의 경영은 채권단과 일본 태평양시멘트의 '쌍두마차' 체제로 갈 것 같다.

쌍용양회 관계자는 "金회장은 태평양 시멘트의 상징적 파트너로만 남아있는 상태이고 구체적인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며 "한국측 명호근 사장과 일본측 스즈키 다다하시 사장이 공동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고 말했다.

정철근·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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