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협의설 새 변수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배기선(裵基善).송영진(宋榮珍).송석찬(宋錫贊) 세 의원의 이적(移籍.당적이동)에 따른 파문이 시민단체 등 여론의 비난과 확산되는 '사전협의설' 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여야는 여론 동향이 사태 흐름을 결정적으로 좌우할 것으로 보고 2일에도 홍보전에 열중했다.

◇ 사전협의설=확인될 경우 여권의 도덕성에 적잖게 흠집이 나는 소재. 자칫하면 이적 자체에 대한 비판 외에 거짓말을 했다는 덤터기까지 쓰게 된다.

지난해 12월 30일 세 의원이 이적을 발표한 이후 김중권(金重權)민주당 대표는 "며칠 전 알고 있었다" 고 밝혔다. 단, 이적을 기획하거나 종용하는 등 '프로그래밍' 을 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정균환(鄭均桓)민주당 총무도 사전협의설을 펄쩍 뛰며 부인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2일 "세 의원이 사전에 지도부와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한 자민련 인사도 "발표 전날인 12월 29일 밤 긴급 당5역회의가 소집될 뻔하다 막판에 취소됐다" 고 협의설을 뒷받침했다.

'의원 동향 보고 등을 통해 이적 추진 사실을 며칠 전부터 듣고는 있었다' (김중권 대표)는 설명과 '처음부터 프로그램을 짜놓고 대상의원을 골라 이적을 종용했다' 는 사전협의설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문제는 '그런 일을 의원들이 독자적으로 했겠느냐' 는 따가운 시선들이다. 민주당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 반발 여론〓시민단체 지도자들은 2일 "정책으로 정치인들을 판단하려는 민의를 무시한 권모술수에 지나지 않는다" (환경연합 최열 사무총장), "반민주적 행태다.

국민소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정치개혁시민연대 김석수 사무총장)고 목청을 높였다. 참여연대도 공식논평을 통해 "정치인의 길을 포기한 자살행위" 라며 이적 철회를 촉구했다.

학계 일부에서도 "3金 정치의 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불행한 사태" (장달중 서울대 교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노재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