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전형료 장사"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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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 J고 3학년 李모(18)군이 이번 대학입시에서 대학에 낸 전형료는 총 43만원.

지난해 말 네 개 대학의 정시모집에 지원하면서 기본 전형료 3만원, 논술 포함 전형료 3만5천원 등 총 20만원을 썼다.

지난해 9월 수시모집 때도 네 개 대학에 지원해 전형료와 구술고사 및 면접비 등으로 20만원을 썼고, 특차에서는 면접만 봤는데도 3만원을 대학에 냈다.

李군은 "지방 학생들은 하숙비까지 포함, 1백여만원을 쓰기도 한다" 고 말했다.

수능성적 인플레 때문에 탈락의 불안을 느낀 수험생들이 올해 대학입시에서 복수지원 기회를 최대한 활용함에 따라 대학들이 사상 유례없는 전형료 수입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별 전형료는 기본이 3만원, 논술을 보면 3만5천원, 예체능 실기를 보면 7만~8만원이다.

이에 따라 복수지원 기회를 최대한 살린 이번 입시에서 수험생들은 원서접수에 최소 30만원을 부담했다.

◇ 대학의 이득〓라군에서 계열별로 3만~8만원의 전형료를 부과한 경기대(정원 2천2백73명)는 전형료 수입이 지난해보다 2억원 더 늘어난 16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보다 3천여명 많은 4만7천5백10명이 지원한 덕분이다.

가.나.라군 분할 모집을 실시한 한양대는 지난해보다 7천여명이 더 지원해 지난해 전형료 수입(7억3천여만원)보다 3억원 이상 수입이 더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19.2대 1이라는 역대 최고 경쟁률을 보인 홍익대(나.라군)역시 전형료 수입이 지난해 14억원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연세대.이화여대도 지난해보다 지원자가 많아져 5억~8억원의 전형료 수입을 거둘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 전형료 인하 요구〓지난해 1백86개대의 입시 전형료 수입은 총 7백12억원. 1백46개대가 입시 비용보다 전형료 수입이 많아 흑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교육 관계자들은 전형료 수입을 순수하게 입시 관리에만 쓴다면 전형료를 더 낮출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 중화고교 이명구(李明九)교감은 "대학들이 전형료를 산정할 때 대학 홍보비까지 포함시키는 것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어긋난다" 며 "전형료를 낮추거나 결산을 성실히 해 남는 돈은 되돌려줘야 한다" 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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