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대북정책 원칙 충실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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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정책에 대한 지지도 68.9%, 대북 협상과정에서의 지나친 '저자세' 에 대한 비판 72.2%.

중앙일보와 한국통일포럼이 공동으로 실시한 '통일의식' 여론조사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 국민이 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떤 눈으로 보는가를 보여준다.

한마디로 '총론 지지' '각론 비판' 이라 할 수 있다.

현정부의 대북 화해.협력정책이 지속돼야 한다는 답변이 응답자의 78.1%나 되는 것은 포용정책 외에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그러나 구체적 사안에 들어가면 비판자세가 두드러진다. 국민 상당수는 정부가 북측에 끌려다니는 듯한 협상자세를 보여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각은 남북경협을 보는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무리한 대북 지원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지난해 북한에 식량 60만t을 지원한 것에 대해 응답자의 57.3%가 '규모 감축' 또는 '지원 금지' 의견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는 유의해야 할 것이다.

국내 경제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현대아산을 비롯한 대북 투자기업들의 손실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퍼주기식 대북지원' 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음을 엿볼 수 있다.

안보 불안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정부가 '북한과의 화해.협력을 통한 관계개선을 도모하면서 안보문제는 소홀히 하고 있다' 는 우려를 표명한 응답자가 74.1%에 달했다는 것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대북정책을 담당하는 정부당국자들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홍보 부족 탓으로 돌리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래서는 앞으로의 정책 수행과정에서 국민적 호응을 얻기가 어렵다.

대북정책 수행과정에서의 판단착오와 실책으로 인해 정책 자체를 망가뜨려서는 안된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여론 조사가 정부에 던지는 시사점이 복잡하거나 어려운 주문은 아니다.

국민 여론은 정부가 대북협상에서 융통성을 갖되 당당한 자세를 견지하고 원칙을 허물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정책의 세기(細技)는 원칙에 충실할 때 더욱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북지원이 필요할 때는 국회의 동의를 받음으로써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를 정책추진의 기반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동현 통일문화연구소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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