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군대서 허송세월은 옛말… 박사 되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빠는 네가 온실 속의 화초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손영철(47·사진)씨는 입대 직후부터 푸른 군복을 벗기까지 모두 스물네 통의 편지를 아들에게 보낸다. 저자 자신이 예비역 중령이기에 아들에게 던지는 충고는 단순한 ‘자식 걱정’이 아니다. 『아들아, 영원한 이등병은 없는 거란다』(작은씨앗)에는 살아온 배경이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공존하는 법을 터득하길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런데 저자의 아들은 초등학교 6학년생에 불과하다. “올해 초에 27년 군생활을 접고 전역했습니다. 그냥 ‘군에서 시간이나 보내자’라고 생각하는 사병들을 보면 너무 안타까웠죠. 대대장을 맡던 시절 휘하 사병들이 모두 제 아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 또 그들의 동생들에게 삶을 소모하지 말란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책에서 나왔다. “다니는 교회에서 어떤 책을 접했죠. 40년간 광야에서 생활한 모세가 네 가지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름 아닌 무명·생각·시간·고통 박사였다. “군대와 너무도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은 입대하는 순간 훈련병이 된다. 계급도 없다. 그리고 이등병에서 병장까지 올라간다. 그게 무명 박사, 즉 자신을 낮추는 훈련이다. “다음은 생각 박사죠. 군대만큼 자신 속으로 가라 앉을 수 있는 공간도 드뭅니다. 그래서 깊이 생각할 수 있는 훈련장이죠.” 그리고 시간 박사다.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는 말은 복무 기간의 지루함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오지 않을 것 같은 전역의 날에 대한 기다림, 바로 기다림의 미학을 배운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고통 박사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고통 속에서 나름의 면역력을 키우란 말이죠. 사회는 훨씬 냉정한 곳이니까요.”

손씨는 이런 얘기들을 24개의 주제에 녹였다. 그리고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다시 정리했다. ‘효과적인 시간 관리’‘좋은 습관 만들기’‘실패 속에서 교훈을 배우라’ 등 군대 선배로서, 인생 선배로서 저자가 보내는 조언에는 이름 모를 아들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녹아 있다.

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