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제주지사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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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태환 제주지사가 17일 제주지사 선거 불출마 선언을 한 뒤 청사를 빠져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환 제주지사가 6·2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17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금 제주도가 너무도 중요한 시기에 있고, 시기를 놓치면 제주도가 10년, 또는 20년 뒤쳐질 수도 있다. 한가롭게 선거에 휩쓸릴 여유가 없다”며 불출마 배경을 밝혔다.

그는 “불출마는 갑자기 결정한 게 아니라 4년 전 도민의 선택을 받을 때 이미 결정했다”며 “제주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차후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지사는 “지금까지 제주도는 현직 도지사의 선거 출마로 인해 많은 갈등을 겪어 왔고, 제주 사회에 큰 부담이 돼 왔다”며 “이제 그런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철저한 선거 중립으로 갈등 해소의 중심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과거 두 번의 도지사 선거에서 도민의 선택을 받는 등 과분한 사랑을 받았기에 오직 일만으로 보답하려고 노력했고, 오직 제주의 미래만을 생각했다”며 “남은 기간에 특별자치도의 완성에 몸을 바쳐 도민과 함께 당당하게 제주특별자치도의 길을 열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의 한 측근은 “김 지사는 4년 전 선거에서 당선된 직후부터 ‘젊은 사람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며 다음 선거에 나오지 않겠다는 뜻을 가졌었고, 지난해 5월 불출마를 공식 선언할 계획이었으나 주민소환이 불거지면서 시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기자간담회에서 “도정에 레임덕 현상이 생길까 봐 불출마 선언을 미뤄왔다”고 밝혔다.

1967년 9급 공무원으로 출발한 김 지사는 제주시장과 제주도 행정부지사를 역임하고, 민선 2∼3대 제주시장을 지냈다. 2004년 재선거에서 제주지사에 당선된 데 이어 2006년 지방선거에서 재선됐다.

◆요동치는 제주지사 선거판=제주지사 선거 구도의 재편도 불가피하게 됐다.

그 동안 제주지사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됐던 인물은 김 지사를 비롯해 우근민(68) 전 지사, 강상주(56) 전 서귀포시장, 고희범(57) 전 한겨레신문 사장, 김경택(55) 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등 5명이다.

하지만 유력후보 중 한명인 김 지사가 대열에서 이탈함으로써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다른 후보자들이 우 전 지사를 겨냥해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 전 지사는 김 지사와 동갑내기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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