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는 올해 정치.경제를 전망하고 민심을 측정하기 위해 전국 규모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지난해 12월 26, 27일 양일간 전화로 실시됐으며 각각의 표본수는 8백64명, 9백41명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 3%, ±3. 2%다.
각 조사의 표본은 지역별 유권자비에 따라 할당표집 후 무작위 추출한 것이다. 2001년은 특히 정계개편이 예상되는 해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만족도는 24.9%로 집권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부문별로는 만족도가 '지역감정해소' (36.9%), '정치개혁' (27.7%), '인사정책' (26.6%), '경제개혁' (18.6%)순으로 경제개혁에 대해 가장 만족하게 생각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金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36.9%가 '잘할 것' 으로 전망했다. 앞으로에 대한 기대가 현재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만족도보다 높은 게 그래도 고무적이다.
金대통령이 연초에 '국정개혁 방안' 을 밝히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43.5%가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 으로 기대했다.
이러한 결과는 국정개혁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채워질 경우 현재의 낮은 국정운영 만족도도 어느 정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정쇄신과 관련해 민주당이 김중권(金重權)최고위원을 신임 당대표로 임명하는 등 고위직 개편을 단행한 것에 42.5%가 '바람직하다' 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바람직하지 않다' 는 부정적 시각은 41.7%였다.
현 정치권의 문제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불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야 모두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집권당으로서의 민주당 역할에 대해 16.2%가 '잘하는 편' 이라고 답했다.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의 거대 야당으로서의 역할에 대해선 10.4%만이 '잘하는 편' 이라고 보았다.
자민련에 대해선 불과 4.3%만이 '잘하는 편' 이라는 인색한 평가를 내렸다. 결국 어느 정당 하나 제 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비춰졌다는 얘기다.
현재 金대통령의 지지율은 28%로 나타났다(5점 척도 사용). 지난해 8월 남북 정상회담 후 70% 내외를 웃돌던 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하락한 수치다.
지역별로 보면 광주.호남에서만 54.1%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고, 대전.충청(27.0%)과 인천.경기(23.0%)에서는 20%대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 외 부산.경남 18.0%, 강원 16.7%, 대구.경북 14.6%이고 서울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12.9%였다.
현재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지지율은 17.5%로 조사됐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24.8%), 대구.경북(22.8%), 강원(21.4%), 대전.충청(20.9%)에서는 20%대를 유지했고 부산.경남(18.0%), 인천.경기(14.2%), 광주.호남(11.0%)에서는 10%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金대통령과 李총재 지지율의 차이점은 金대통령의 경우 최고 70%가량의 지지율을 기록했다가 최근 약 30%대로 하락한 반면, 李총재의 경우 이번 정권 들어 계속해 20%대 전후의 지지율이 그대로 계속될 뿐 부침이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金대통령이 정치를 잘하고 못하는 것과 상관없이 李총재의 지지율은 거의 일직선을 긋고 있어 金대통령에 대한 민심이반이라는 호재에서도 제대로의 반대급부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행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