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송년 인터뷰] 이총재가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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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답변에선 국정위기 상황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배어났다.

李총재는 '반성' 과 '송구' 란 말을 두번씩 사용했다.

그는 "원내 제1당으로서 국민이 안심하도록 정치나 정국을 끌어오지 못한 점을 스스로 반성한다" 며 '제1야당 책임론' 을 강조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아집과 독선 탓에 나라가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 고 주장하던 과거 장외투쟁 때의 모습과는 달랐다.

여기에다 李총재는 "새해(나라의)어려움이나 경제 난국 극복은 말이 아니라 웃통을 벗고 달려들어야 한다. 나서겠다" 며 초당적인 협조 의지를 담았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정당이나 정당정치 자체가 설 땅이 없어지기 때문에 중대 결심을 하고 있다" 고 위기의식도 내비쳤다.

특히 李총재가 金대통령을 "경쟁 상대자가 아니다" 라고 한 대목은 여러가지 여운을 남겼다.

여야 상생(相生)의 협조 공간을 넓히는 것은 물론, 차기 대선문제가 등장하면 두 사람의 관계 설정에서 미묘한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청와대측에선 "李총재가 金대통령을 경쟁자로 여겨 국정협조가 되지 않는다" 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신년 정국의 쟁점으로 등장할 정계 개편이나 대통령 중임제, 정.부통령 개헌문제에 대해 그가 내놓은 반대논리는 '야당 제압론' 과 '장기집권 시도론' '시위소찬론( '하는 일 없이 자리만 차지한다' 는 초대 李始榮 부통령의 말)' 이었다.

"야당을 제압할 수 있는 수를 가져야만 정치가 된다고 생각하는지…" "지금의 단임제에서도 재집권의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충고가 나오는데…" 라고 말했다.

헌정(憲政)사상 '최강의 야당 총재' (여소야대의 양당체제)라는 평가에 대해 그는 "양김(兩金)씨에 비추면 형편 없다고 하던데…" 라고 일단 농담으로 받았다.

주변에 웃음이 터지자 "사진기자들이 내가 웃는 모습을 잘 안찍는다" 고 말해 또 다시 미소를 유도했다.

그런 여유는 박근혜 부총재 등 당내 비주류측 문제에 대한 답변에서도 나타났다. "조직과 기구를 활성화해서 당내 언로(言路)를 넓히겠다" 고 말한 것.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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