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막판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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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제와 교육의 투톱 부총리 시대가 열렸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부총리(재정경제원.통일원)를 없앤 지 2년10개월 만이다.

특히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자리는 헌정사상 처음이다.

정부조직법안의 국회 통과로 개각도 본격적인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여야는 26일 이런 내용의 법안처리를 놓고 하루 종일 승강이를 벌이다 표결로 정부안을 확정했다.

◇ "투톱 부총리로 경제회생과 정보화"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두 명의 부총리제 신설은 김대중 대통령의 경제위기 돌파와 정보강국화 구상에 직결된 사안" 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경제부총리의 신설을 통해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청와대 경제수석.금융감독위원장(장관급) 사이의 정책조정을 원활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당직자는 "과거 이기호(李起浩)경제수석과 이헌재(李憲宰)전 재경부장관이 경제상황 인식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을 때 조정할 수단이 부족했다" 고 지적했다.

청와대측은 "金대통령은 앞으로 경제부총리에게 상당한 권한과 조정권을 위임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인적자원 부총리에 대해서 청와대측은 "金대통령이 오래전부터 만들고 싶어하던 제도" 라고 설명했다.

다만 집권 직후엔 스스로 천명한 '작은 정부' 란 명분 때문에 이를 현실화하지 못했다는 것.

金대통령은 집권 초에 "자본은 나라의 경계를 넘어 이동하지만 잘 훈련된 사람은 나라의 영원한 재산" 이라는 미국의 라이시 전 노동부장관(클린턴 대통령의 참모)의 말을 자주 인용했다. 교육인적자원 부총리는 이런 인식과 맥이 닿아 있다는 것이다.

◇ "구조조정 와중에 정부 확대가 웬 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날 두차례나 총재단회의를 소집해야 했다. 최병렬(崔秉烈)부총재 등 일부 부총재들이 "교육부총리 신설 불가" 를 강하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실업자가 양산돼 거리로 내몰리는 마당에 정부기구 확대가 웬 말이냐는 당내 반대가 많다" 고 했다.

하지만 홍사덕(洪思德)국회 부의장은 "집권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실업자 2백만명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 교육인적자원 부총리제 신설을 고려할 만하다" 고 李총재의 긍정적 관점을 우회적으로 소개했다.

다른 부총재도 "교육 부총리 신설에 예산소요가 별로 없어 李총재는 처음부터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고 귀띔했다.

결국 한나라당은 정부.민주당 안에 반대 표결키로 했다. 그러나 실력저지는 하지 않았다.

아슬아슬한 표대결(행정자치위원회.본회의)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었던 한국신당 김용환(金龍煥)대표는 "교육 부총리 신설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나 대통령의 국정쇄신 구상을 국회가 막는 것은 곤란하다" 며 정부쪽 손을 들어줬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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