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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밴쿠버] 오늘은 이상화 … 여자 빙속 500m에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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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이상화

모태범에 이어 여자부 이상화(21·한국체대)도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새 역사에 도전한다.

이상화는 17일(한국시간) 오전 6시 캐나다 밴쿠버 BC플레이스에서 열리는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 출전한다. 평소 실력만 발휘하면 한국의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사상 첫 올림픽 메달도 어렵지 않다는 평가다.

이상화는 지난달 열린 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2009∼2010 ISU 월드컵 시리즈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한 그는 500m와 1000m 두 종목의 점수를 합산하는 이 대회 우승으로 올림픽 메달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특히 500m 1차 레이스에서는 세계 기록 보유자인 독일의 예니 볼프를 앞서기도 했다. 볼프가 “이상화 때문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경계심을 드러낼 정도로 이상화의 상승세는 무섭다.

전문가들은 여자 500m에서 이상화·볼프·왕베이싱(중국)의 3파전을 점치고 있다. 볼프는 지난해 12월 월드컵 5차대회 500m에서 37초00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월드컵 포인트에서 볼프(760점)에 이어 2위에 오른 왕베이싱(680점)은 개인 최고기록이 37초02로 볼프에게 0.02초 뒤져 있다. 포인트 랭킹 3위 이상화(505점)의 개인 최고기록은 37초24다. 기록 차가 크지 않아 경기 당일 컨디션에 따라 메달 색깔이 달라질 전망이다. 관건은 초반 스타트다. 볼프에 비해 스타트가 약한 편인 이상화가 출발만 잘한다면 특유의 폭발적인 스퍼트를 앞세워 금메달까지도 가능하다.

한국 빙속의 맏형인 남자부 이규혁은 “메달 가능성은 이상화가 우리보다 높다. 이상화와 볼프·왕베이싱 등 세 명이 메달 색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규혁이 이상화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한 것은 함께 훈련하면서 기량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상화는 대표팀에서 이규혁·이강석 등 남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다. 다른 여자 선수들과 기록 차이가 많이 나서다. 앳된 얼굴과 환한 미소와 달리 남자 선배들의 짓궂은 농담도 받아칠 만큼 터프한 성격도 장점이다.

4년 전 아픈 경험도 도움이 된다. 이상화는 2006 토리노 올림픽 여자 500m에서 5위에 그쳤다. 당시 월드컵 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내 메달 기대주로 꼽혔으나 입상에는 실패했다. 이상화는 “토리노 때와는 다르다. 당시는 어렸다. 열일곱 살 여고생이 처음 올림픽에 나가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었겠나. 하지만 지금은 좀 더 침착해졌다고 할까. 초반 스타트를 보완해 메달을 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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