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클리닉] 혼자 공부한 내용, 친구와 묻고 답하며 확인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7면

중학교 3학년 순철이의 가장 큰 약점은 “실수가 많다”는 것이었다. 원인은 ‘검증 없는 독학’ 때문이다. 순철이는 공부 욕심이 많다. 친구들과 지식을 공유하거나 토론하는 것을 시간 낭비라고 여겼다. 배운 것을 혼자 외운 후 다시 검토하는 법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어처구니없는 문제를 틀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애초에 잘못 알고 굳어진 기억은 시간이 지나 수정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기억을 ‘오래’ 하는 것만큼이나 ‘제대로’ 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제대로, 오래’ 기억할 수 있을까.

첫째, ‘아바타 이용법’이다. 영화 ‘아바타’처럼 나의 분신을 만들고 내가 나를 가르치는 것이다. 책상 위에 인형이나 마스코트 등을 올려놓고 그것이 바로 나라고 생각하면서 가르치는 식이다. 행동하는 나(Acting ego)와 그를 관찰하는 나(Observing ego)로 자신을 둘로 나누면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정신의학 이론을 차용한 방법이다.

순철이에게 이 방법을 적용한 결과 대성공이었다. 자신을 닮은 곰돌이 아바타를 가르치려다 보니 순철이는 정확하지 않은 것을 다시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심지어 시험 때도 그 아바타를 들고 가서 자신이 잘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면 신기하게도 희미했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고 했다.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사라진 것은 물론 성적도 수직 상승했다.

둘째, ‘친구 이용법’이다. 친구와 대화를 통해 지식이나 정보를 교환하면, 아직 뿌리내리지 못한 기억을 확실히 하거나 수정할 기회를 갖게 된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부분 고독하게 공부한다. 공부량 자체가 많고, 주입식 교육과 과열 입시경쟁 때문이다. 그래서 나 홀로 공부할 수밖에 없고, 누구에게도 검증받지 않은 자폐적 지식이 굳어져 간다.

그런데 친구와 질의응답 시간을 갖게 되면 상호 보완을 통해 지식의 불확실성을 해결할 수 있다. 또 토론 능력을 기르게 되고 다른 이해 방법도 배울 수 있어 일석삼조다. 남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이는 더 큰 행운이다. 가르쳐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각성도가 높아지고 언제, 어떤 질문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하게 된다. 가르치면서 자기가 아는 것을 다른 방법으로 반복하기 때문에 더 오래, 그리고 확실히 기억하게 된다. 더불어 남 앞에 설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고 선생님의 고충도 이해할 수 있는, 그야말로 전인적인 학습법이다.

많은 이들이 ‘자기주도학습=독학’으로 오해한다. 절대 그렇지 않다. 진정한 자기주도학습은 ‘제대로 된 검증 시스템을 갖춘 독학’이다.

정찬호 마음누리클리닉 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