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세계를 움직인 사람들] 진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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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 오부치 게이조=전 일본 총리. 총리로 근무하다 4월 2일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가 5월 14일 세상을 떠났다.

62세. 98년 7월 총리에 취임한 그는 재임 중 금융불안을 잠재우고 경제 회생의 가닥을 잡았다. 보수 본류인 자유당과 손을 잡고 공명당까지 끌어들여 '보수대연합' 을 이뤄 정치안정을 꾀했다. 온화한 성품으로 '화(和)의 정치인' '인품의 오부치' 란 별명을 얻었다.

◇ 하페즈 알 아사드=전 시리아 대통령. 대통령 재직 중이던 6월 10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69세. 공군 장교로 출세가도를 달리던 그는 70년 무혈 쿠데타로 집권해 다음해 대통령에 당선한 이래 종신 집권했다.

철권통치로 개인 독재체제를 유지해온 그는 외교적으로 실리정책을 펼쳐 소련과 서방 사이에서 줄다리기 외교를 펼쳤다. 그의 아들 바샤르(34)가 권력을 세습했다.

◇ 슬로보단 밀로셰비치(59)=전 유고연방 대통령. 13년간 세르비아와 유고연방 대통령을 지내다 9월 대선에서 세르비아 야당연합(DOS)의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후보에게 패배했다.

대선 직후 개표결과를 허위로 발표하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다 민중혁명을 맞아 결국 권좌에서 쫓겨났다. 90년 유고 내전과 코소보 알바니아계 탄압으로 악명을 높여 전범으로 기소될 가능성도 있다.

◇ 알베르토 후지모리(62)=전 페루 대통령. 10년 전 일본계 이민 2세로 대통령에 당선했으나 부패 시비로 4월 대선에서 야당의 알레한드로 톨레도에 고전하다 부정선거 시비 속에 간신히 3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야당의원 매수 공작이 폭로돼 정치적 위기를 맞자 일본으로 도피, 팩스로 사직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의회는 그를 파면했으며 그는 숨겨왔던 일본 국적을 내세워 일본에 머물고 있다.

◇ 에밀 자토페크=체코 장거리 육상 선수. 11월 22일 사망. 78세. 48년 런던 올림픽에서 1만m, 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5천m, 1만m, 그리고 마라톤에서 각각'모두 네개의' 금메달을 딴 육상 영웅으로 '인간 기관차' 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깡마른 체격으로 트랙을 힘차게 달리는 그의 모습은 전세계에 장거리 육상 붐을 일으켰다.

◇ 기타=11월 12일 이츠하크 라빈 전 이스라엘 총리의 부인으로 중동평화운동을 펼쳐온 레아 라빈이 72세로 사망했다.

6월 19일에는 일본 정계의 실력자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전 총리가 76세로, 9월 28일엔 60년대 말부터 15년간 캐나다 총리를 지낸 피에르 트뤼도가 80세로 각각 세상을 마감했다.

2월 12일에는 코믹 연재만화 '피너츠' 를 그려온 만화가 찰스 슐츠가 77세로 붓을 놨다. 2월 20일엔 한때 러시아 개혁의 기수로 91~96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을 지냈던 아나톨리 소브차크가 63세로 사망했다.

4월 29일에는 베트남 공산혁명 원로인 팜반동이 94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5월 3일엔 가톨릭 미 뉴욕 교구를 이끌어온 존 오코너 추기경이 80세를 일기로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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