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제 괜찮다"던 큰소리 반성이 먼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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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내년 경기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건설사업 등을 담은 대책을 12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공황을 벗어나기 위해 미국이 1930년대 단행한 '뉴딜 정책'과 같은 경제활성화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계속된 우려에도 불구하고 '괜찮다'며 큰소리치던 정부가 이제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은 다행이다. 그동안 현 정권 핵심인사들은 경제에 대한 걱정은"재벌과 보수언론의 음모"라고 치부해 왔다. 이 부총리도 아픈 지적이 나오면 겸허하게 정책을 재점검하기보다는 그런 소리를 하는 기구를 비판하는 등 과민반응을 보여왔다. 그 바람에 정책이 실기한 데 대해 당국자들은 고개 숙여 반성해야 한다.

경제종합 대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먼저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한다. 투자와 내수 소비가 이뤄지지 않고, 경제가 활력을 잃은 배경에는 기업인과 소비자, 국민의 불안감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부자를 적대시하고, 정치권은 국가보안법.과거사 등 이념문제로 이전투구하고 있다. 그 결과 불안감이 증폭되며 기업인과 부자들은 앞다퉈 회사.재산 정리하고 자식과 돈을 해외로 내보내고 있다. 재정투자를 늘려도, 시중에 400조원이 넘는 부동자금이 있는데도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우리의 문제는 돈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효율성을 바탕으로 한 투자확대, 그리고 규제완화와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인은 투자의욕을 되찾고, 소비자는 호주머니를 풀 수 있도록 안심시켜 주는 것이다. 더 이상 말만으론 안 된다. 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확실하게 달라졌음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경제팀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통령과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이런 근본적인 처방 없이는 '한국판 뉴딜'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고, 지난 정권의 카드.부동산 정책처럼 두고두고 재정과 경제에 부담만 더하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