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10년간 노인정 이발 봉사한 박채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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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발은 제 특기이자 남을 위해 베풀 수 있는 조그마한 봉사일 뿐입니다."

10년간 의왕시 산본1동 노인정에서 이발 봉사를 해온 박채군(朴彩軍.45)씨.

고합 의왕공장 안전환경 유니트 폐수처리장에 근무하는 그는 3주에 한 번씩 야간근무가 끝나는 아침이면 이발도구를 챙겨 노인정을 찾는다.

그렇잖아도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에게 그의 이발 봉사는 고맙기 그지없는 일. 하지만 노인들에게는 이발보다도 10년을 한결같이 노인정을 찾아 안부를 묻는 그의 마음이 더 반갑다.

"노인정에 계신 어른들은 모두 부모님이라는 심정을 갖고 있다" 는 그는 몸이 아파 노인정을 찾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직접 집을 찾아가 머리도 깎아 드리고 문안인사를 한다.

사실 그의 첫 직업은 이발사였다. 1978년 고합 안양공장 구내 이발소에서 일하다 회사 사정으로 이발소가 없어지면서 다른 부서로 옮겼다.

그가 이발 봉사에 나선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한 친구 아버지의 머리를 손질해 달라는 부탁에 다시 가위를 잡게된 것.

"저에게는 그다지 큰 일이 아니었는데 어르신께서 무척 좋아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다른 노인분들에게도 해드려야겠다' 고 결심했습니다."

오전 9시에 이발을 시작하면 오후 2시를 넘기기 예사지만 "나를 반기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 피로가 싹 가신다" 고 그는 말했다.

"연세가 많으셔서 3주만에 찾아뵐 때면 안보이는 분들이 계세요. 돌아가시기도 하고 거동이 불편하셔서 나오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고…. 어르신들이 모두 건강하게 지내셨으면 하는게 제 바람입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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