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영화] EBS '…천사의 시'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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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같은 곡이라도 가수가 다르면 노래의 맛이 달라진다. 원작과 리메이크작을 비교하는 재미도 그렇다.

다른 나라의 원작 영화가 할리우드로 건너가 리메이크되는 경우가 잦다.

인간의 정체성 문제를 심각하게 물었던 뤽 베송 감독의 '니키타' 가 미국으로 건너가 세련된 액션영화 '니나' 로 태어났는가하면, 프랑스가 배경인 제라르 드파르디외 주연의 '마틴 기어의 귀향' 은 리처드 기어와 조디 포스터를 주인공으로 '서머스비' 로 리메이크돼 또다른 맛을 안겨주기도 했다.

'베를린 천사의 시' (EBS 23일 밤 9시 ★★★☆)와 '시티 오브 에인절' (KBS2 25일 밤 11시 ★★☆)도 그런 맥락이다.

독일 빔 벤더스 감독의 '베를린 천사의 시' (1987년)는 제목처럼 천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겁의 세월동안 인간을 바라보던 천사 대니얼은 커피를 마시는 기분과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느낌, 그리고 외롭다는 감정을 느끼고 싶어한다.

그러다 공중곡예사 매리온을 사랑하게 돼 천사의 특권을 버리고 인간이 된다. 인간의 생동감 넘치는 삶의 바닥에 깔려있는 고통의 의미를 반추하는 철학적인 영화다.

이에 반해 '베를린 천사의 시' 를 할리우드식으로 각색한 '시티 오브 에인절' 은 로맨스 영화에 가깝다.

존재론적 물음보다는 니컬러스 케이지와 맥 라이언을 내세워 애틋한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천사 세스는 환자를 살리려고 몸부림치는 여의사 매기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매기의 주위를 맴돌던 세스는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천사의 삶을 포기하고 인간이 된다.

두 사람은 행복한 하룻밤을 보내지만 매기가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세스는 사랑을 잃은 채 인간으로 새 삶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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