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조병묵씨 '솟대' 전시관 여는 전직 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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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소통하고 싶은 인간의 소망과 마을의 안녕을 위한 염원의 표상인 '솟대'. 조병묵(62.충북 청주시 가경동)씨는 솟대 조각에 미쳐 자신의 세월조차 묶어둔 사람이다.

그는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걸 꼽으라면 솟대를 만들게 된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솟대의 멋과 의미에 흠뻑 빠져 있다. 그는 주말이면 아침부터 자정 무렵까지 솟대 제작에 매달린다. 평일에도 틈만 나면 작품을 구상하거나 작업대 앞에 앉는다.

그가 8년 전부터 만들기 시작한 솟대는 현재 1000여점에 이른다. 그는 그 중 작품성이 뛰어난 250여점을 골라 최근 마련한 전시관에 옮겨 놓았다. 곧 개관할 예정인 전시관은 50평에 불과하지만 그에겐 필생의 꿈인 솟대박물관의 디딤돌로서 소중한 공간이다.

조씨는 새와 긴 일자형 장대로만 구성되는 동구밖 솟대의 정형에 안주하려 하지 않았다. 솟대를 실내로 끌어들여보자는 생각에서 아름다움을 가미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많이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소담스러운 분재.용틀임.구름 등을 연상케 하는 등 나름대로의 의미를 담고 있다.

27년 간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지금은 사설우체국을 운영하는 그는 8년 전 우연히 공주박물관에서 본 솟대에서 정한수를 떠놓고 빌던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린 이후 솟대 제작에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여섯 차례의 솟대조각 개인전을 열었다. 실내장식용으로 괜찮다고 생각하는지 요즘 들어 판매 요청이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고 한다.

조씨는 "인간의 비원을 형상화한다는 설렘이 있어서인지 솟대 제작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앞으로 10년간 3000개의 솟대를 제작해 3분의 1은 무료로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녀교육용으로 세 권의 저서를 냈는데 그 가운데 '아버지가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는 지역에서는 드물게 5만권이 팔렸다.

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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