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2000년 MVP는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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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2000년 바둑계 MVP(최우수기사)가 누가 될지 안개속이다. 지난 5년간은 물어볼 것도 없이 이창호9단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창호9단 조훈현9단 유창혁9단 이세돌4단 4명이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창호9단은 국내대회서 왕위.명인.기성등 3관왕에 올라있고 패왕전에서 18연승을 달리며 우승을 눈앞에 두고있어 국내에선 단연 선두다. 그러나 해외부분에서 다른 때보다 부진하여 MVP 획득을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바둑올림픽이라는 잉창치(應昌期)배 결승5번기에서 창하오(常昊)9단을 2대0으로 리드하고 있어 우승은 거진 굳어졌지만 주최측이 나머지 일정을 내년으로 넘기는 바람에 얘기가 달라졌다. 아직 우승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반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조훈현9단은 후지쓰배 우승에다 메이저대회는 아니지만 아시아TV바둑선수권도 차지해 해외부분에서 활발한 활약을 보였다.

그러나 국내 타이틀이 패왕 하나인데다 그나마 이창호9단이 턱밑까지 치고올라온 상황이다. 전적도 27승24패로 대국수도 적고 승률이 53%에 불과하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꼽힌다.

▶유창혁9단은 전반기 내내 고전하며 올해 국내외를 통틀어 완전 무관이 될뻔 했지만 막판에 극적으로 살아났다.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했고 배달왕기전에선 이세돌3단의 도전을 받아 2대2의 혈전을 벌이고있다. 기성전에선 도전권 획득이 유력하다.

이런 승전보들이 모두 최근에 벌어진 것이어서 강한 인상을 주고있다는 점도 무시못할 요인이다.

▶이세돌3단은 전반기 내내 바둑계의 태풍이었고 후반기에도 꾸준히 성적을 올렸다. 이리하여 기록부분에선 최다연승(32연승)과 최다승 최다대국등3관왕을 이미 확보했다. 또 박카스배 천원전에서 우승했고 배달왕전에서 우승을 넘보고 있다. 비금도라는 섬에서 올라온 17세 소년이라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문제는 세계대회 우승이 없고 LG배 4강이 전부라는 점.

20일엔 배달왕기전 최종전 뿐 아니라 KBS바둑왕전(이창호9단 - 목진석5단)결승도 열린다. 이 두 대회의 결과가 MVP 선정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2000년 바둑문화상 수상자는 22일 한국기원에서 기자단 투표로 선정된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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