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번 해주고 싶은 말 “사랑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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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시라쿠사 거리에는 한 동상이 있습니다. 동상의 모습은 앞머리는 머리 숱이 무성하고 뒷머리는 대머리인데다가 발에는 날개가 있습니다.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 동상을 보면 모두 처음에는 웃고 가죠. 하지만 그 밑에 쓰인 글을 보고는 많은 감명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 동상 아래는 이런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사람들이 나를 보았을 때 쉽게 붙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고,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내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다시는 붙잡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며, 발에 날개가 달린 이유는 최대한 빨리 사라지기 위함이다. 나의 이름은… 기회다.’

안녕하세요. 스물 네살의 젊은 나이지만 인생에 있어서 한 번의 기회를 찾았습니다. 예전부터 주변에서 결혼하는 분들을 보면 ‘나도 결혼을 할 수 있을까?’ ‘여자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이제 그렇게 되었네요. 그녀와 제가 만난 건 우연한 기회에 찾아온 회사 입사였습니다. 세상에 60억명의 사람, 그리고 그 안에 수 많은 나라, 그리고 각각의 수도. 그녀와 제가 만난 건 같은 회사 같은 부서. 절대 흔치 않은 기회입니다. 운명입니다. 그녀를 만난 건….

그녀와의 만남, 그리고 그녀와 연애를 하며 지내온 시간이 5년째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느 연인들과 마찬가지로 때론 다투고 때론 함께 웃으면서 그 시간들이 흘러왔는데 아직도 처음 느낌 그대로인 그녀와 제가 이제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네요.

그녀는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덩어리입니다. 그녀의 촉촉하고 맑은 눈, 그녀의 오뚝한 코, 그녀의 사랑스런 입술, 그녀의 뽀얀 피부. 저는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지요. 그녀가 절 놓치면 안되니까요. 달콤한 초콜릿을 좋아하고, 회를 좋아하고, 불꽃놀이를 좋아하고, 놀이공원 나들이를 좋아하고, 바다를 좋아하고, 스티커사진을 좋아하고, 음악감상을 좋아하고 편지를 좋아하는 그녀. 멜로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하는 그녀는 순수하고 착한 여자입니다.

오늘 순수하고 착한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해야겠습니다. 작은 손가락에 끼워줄 반지도 준비해뒀는데 막상 그녀에게 주려니 어떤 방법으로 줘야 할지 제 머리 속엔 온통 그 생각뿐입니다. 장미꽃 한 송이 선물하고,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그녀와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축하한다며 기념 케이크 커팅도 해야겠네요. 특별한 날이니 그녀가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하는데…. 고민입니다. 망설여지지만 그녀 앞에선 대담해져야 합니다.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와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은 저니까요.

사랑하는 민정에게.

생각해보면 5년 동안이나 너에게 많이 못해준 것 밖에 생각이 나질 않아. ‘잘 한다 잘 한다’고 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속으로 외쳐보는데 정말 그게 잘 안돼. 날 믿어주고 5년 동안이나 내 옆에만 있어준 너에게 미안하고 사랑스럽고….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은 마음뿐이야. 이제 우리 결혼하니까 잘 살자!! 난 너희 집에 큰 아들로 가는 거고, 넌 우리 집에 큰 딸로 오는 거야. 서로를 믿어주고 아껴주고 그렇게 사랑하면서 우리 함께 하자. 꼭! 그러자 알겠지? 5년이나 만나왔는데 너에게 편지는 길게 못써줘서 미안해. 그래도 이 말 한마디는 천만번 해줄 수 있다. “진심으로 사랑해”

“나랑 결혼하면 넌 내 마누라가 되고, 난 니 남편이 되잖아? 이제 앞으론 ‘여보’라고 불러. 왜냐고? ‘여’기 내 옆에 있는 ‘보’물이니까.

신랑 정환선(24) · 신부 류민정(24)
일시: 2월 20일(토) 낮 12시
장소: 로얄부페웨딩홀(천안시 두정동)

섭외: 유니온웨딩
http://www.unionwedd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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