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 "차기까지 뭐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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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 앨 고어 대통령 후보와 조셉 리버먼 부통령 후보는 앞으로 무엇을 하며 지낼까.

미국의 대선 패배자들은 통상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잊혀지지만 이들은 당선자보다 30여만표가 많은 득표를 한 데다 36일에 걸친 공방전으로 민주당을 똘똘 뭉치게 하고 국민들에겐 강한 인상을 심어준 만큼 무게가 다르다.

미 역사상 총득표수가 많았음에도 선거인단 투표에서 졌던 앤드루 잭슨과 그로버 클리블랜드가 다음 대선에 출마해 당선한 선례도 있다.

고어는 52세로 젊은 데다 현재까지는 여론도 유리하다.

고어는 패배 시인 연설에서 이번 대선 기간 중 들은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결코 외면하지 않고 계속 싸우겠다고 말해 차기 출마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문제는 4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있다.

고어는 자신의 연설에서 일단 테네시주에 있는 가족 소유 카시기 농장으로 가서 당분간 가족.친구들과 휴식시간을 보낼 것임을 시사했다.

휴식이 끝나면 현재 공석인 모교 하버드대 총장 자리를 노리거나 2002년 중간선거에서 상원의원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

둘 다 계속 국민의 관심권에 머물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다.

게다가 1992년 '균형잡힌 지구' 란 책을 낸 지구환경 전문가이고 정보통신 고속도로를 제창한 인물이니 만큼 미래 비전을 담은 책을 써 지도자 이미지를 더욱 높일 수도 있다.

리버먼은 코네티컷주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한 만큼 안정된 입지 속에 민주당 내 발언권을 강화하면서 다음 기회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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