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충돌은 예견된 일이다. 언제, 어느 수위냐가 문제였을 뿐이다. 두 사람 관계가 껄끄러웠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게 권력의 속성인 탓이다. 현재 권력은 언젠가 기울게 마련이고 미래 권력은 현재 권력을 딛고 올라서려 하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과 2인자들이 그랬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양쪽 입장을 모두 경험했다. 1990년 1월 3당 합당 후 거대 여당의 2인자가 된 그는 노태우 대통령에게 끊임없이 차기 대통령은 자신이란 점을 주지시켰다. 그해 10월 합당 당시 맺은 내각제 합의 각서가 언론에 보도되자 대표로서 당무를 거부하고 나흘간 마산으로 낙향하기도 했다. 그 무렵 노태우 대통령·김종필(JP) 최고위원 등과 함께한 자리에서 YS가 “당신들이 한 일을 나는 알고 있다”고 항의했다가 ‘당신’이란 말에 노 대통령이 화가 나 자리를 박찬 일화도 있다. 그런 YS도 대통령 시절엔 2인자였던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 때문에 마음이 상했다. 임기 말 YS가 “독불장군 미래 없다”고 경고했지만 이 총재는 “비민주적 정당에는 미래가 없다”고 맞받았다. 김대중(DJ) 정부 시절 DJ와 함께 공동정부를 꾸린 JP도, 노무현 정부 시절에 ‘차기’로 불린 민주당 정동영 의원도 끝내 대통령과 갈라섰다. 대부분 4년차 때의 일이었다. <그래픽 참조>그래픽>
충돌 상황이 오래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과거와 차이다. 대선이 임박한 시기가 아니라면 대통령과 2인자들은 한두 사건을 두고 충돌한 뒤 갈등을 봉합하는 모습을 취했다. 그러나 이번엔 세종시 문제만 두고도 6개월째 맞서고 있다. 세종시 문제가 근본적으론 정책이란 점에서 눈여겨보는 사람들도 많다. DJ와 JP의 연대야 이념이 다른 두 사람의 결합이어서 결별이 필연적이었다곤 하나 이 대통령이나 박 전 대표는 둘 다 보수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정치학자들이 “이례적인 충돌”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고정애·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