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도 실적 따라 연봉 차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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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4급 이상 중앙부처 공무원은 자신이 한 해 동안 할 업무의 내용과 평가 방법 등을 차상급자와 계약하고 그 성과에 따라 성과연봉을 차등 지급받게 된다. 해당 공무원은 4800여명이다.

중앙인사위원회는 14일 "고위 공무원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하고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직무성과계약제'를 도입한다"며 "지금까지는 연공에 따라 공무원 보수가 똑같이 지급됐으나 앞으로는 실적에 따라 차이를 두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초 각 부처의 장관은 차관과, 차관은 실.국장과, 실.국장은 과장과 순차적으로 계약해야 한다. 상급자가 조직의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면 하급자는 자신이 해야 할 구체적인 일과 평가 방법 등을 스스로 결정해 성과계약을 한다.

계약기간은 1년이며 상급자는 면담을 통해 하급자의 업무진행 정도를 점검하고 목표를 수정하도록 조언한다.

정부는 연말 업무목표의 달성도에 따라 S-A-B-C 4개 등급으로 평가한 뒤 이듬해 지급되는 성과연봉과 인사에 반영할 예정이다. 그러나 호봉이 같으면 기본 연봉은 동일하게 지급된다.

올해 연봉이 5676만원인 22년 경력의 3급 국장의 경우 내년에는 최상위 S등급자와 최하위 C등급자 사이에 최대 150만원의 격차가 벌어진다. S와 C 등급자가 내리 4년간 같은 등급을 받을 경우 최대 915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중앙인사위 관계자는 "현재의 성과연봉이 기본연봉의 1.3%밖에 되지 않아 연봉 총액에서 큰 차이가 없으나 앞으로 10%까지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상우 기자

[뉴스 분석] 뜻은 좋지만 공정한 평가에 성패 달려

직무성과 계약제는 업무 실적에 따라 연봉.승진에 차이를 두는 것으로 국내 기업과 외국 정부에는 보편화된 것이다.

조창현 중앙인사위원장은 "행정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계약하는 과정에서 평가를 받는 공무원이 자신의 목표를 분명히 인식하고, 평가를 좋게 받기 위해 열심히 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성패의 관건은 얼마나 공정하게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다. 공무원 업무의 성격상 평가를 계랑화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장기 과제의 경우 연도별로 구분해 실적을 매기는 것도 쉽지 않다. 또 부하 직원에 대한 감정이나 학연.지연 등 사적인 요소가 평가에 개입할 소지가 있다. 평가의 잣대가 정교하지 않으면 결과를 두고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얼굴을 붉히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피평가자가 불만이 있어도 이의를 제기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하급자가 평가권한이 있는 상급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공직사회가 더 경직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부서의 화합을 도모한다는 명목으로 잡음을 피하기 위해 연공서열에 따라, 또는 나눠먹기식으로 운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의 성과연봉이 사실상 이런 방법으로 지급되고 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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