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언론들 "정치적 내전"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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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 언론들은 상반되는 법원 결정으로 인해 혼미에 빠진 대선사태를 '정치적 내전' 상황으로 규정하며 우려를 표시했다.

MSNBC방송은 9일 "미국은 잠재적인 '정치적 내전(political civil war)' 에 직면해 있다" 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연방의회가 어느 후보 선거인단 명부를 선택하든 의석이 사실상 반분된 상태에서 오는 2002년 중간선거와 2004년 대선까지 정쟁이 격화할 것" 이라며 "이런 상황은 정치적 내전에 가깝다" 고 지적했다.

이 방송은 또 "지금까지 시비 과정에서 보듯 고어측과 부시측이 모두 자신들이 이겼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상대 후보를 합법적 대통령으로 수용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면서 "이런 것을 '헌정위기' 로 정의한다면 우리는 벼랑 끝에 와있다" 고 규정했다.

한편 고어 후보를 지지해왔던 뉴욕타임스는 '(이제는)인내할 때' 란 사설을 통해 수검표 중단명령을 내린 연방대법원 결정에 유감을 표시한 뒤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 신문은 "이번 결정으로 12일의 선거인단 선출 시한을 맞출 수가 없게 될 것이기 때문에 연방대법원은 11일로 예정된 심리 일정을 취소하고 수검표를 다시 허용하라" 고 촉구했다.

이 신문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민의 인내심과 연방대법원의 현명한 결정, 정치인들(특히 플로리다주의회)의 책임 있는 처신이 절실히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이밖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고어 후보가 플로리다 수검표에서 역전승을 거둘 경우 대선 시비가 주의회와 연방의회.연방대법원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다시 전면전 양상을 띨 것" 으로 내다봤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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