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사장·단장 전격 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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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프로야구 최고 인기팀 롯데 자이언츠가 구단 사장을 전격 교체했다.

롯데그룹은 9일 발표한 임원 인사에서 자이언츠의 새 대표이사로 장병수(58) 그룹 홍보실 전무이사를 임명했다. 2008년 2월 취임한 박진웅(62) 사장은 구단 자문역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와 함께 배재후 구단 운영부장이 이사대우로 승진했다. 롯데구단 관계자는 “배 이사가 곧 새로운 단장으로 임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1983년부터 구단에 몸담아 온 이상구 단장은 27일께 역시 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단장의 동반 퇴진은 극히 이례적이다. 더욱이 롯데는 최근 2년간 성적과 경영에서 뛰어난 실적을 냈다. 박 사장 취임 전인 2001~2007년 롯데는 최하위 네 번을 포함해 여섯 차례나 7위 이하에 머물렀다. 그러나 2008년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영입하며 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지난해에도 준플레이오프에 올랐다. 홈구장인 부산 사직구장은 2년 연속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모그룹 광고비를 제외한 입장권과 상품 판매 등 순매출액이 180억원에 이르는 등 마케팅에서도 유례없는 성과를 거뒀다.

이 때문에 이번 야구단 수뇌부 교체는 최근 구단 안팎의 잇따른 잡음에 대한 ‘문책성’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12월 에이스 손민한은 구단의 반대 속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에 연임돼 선수노동조합 결성을 추진했다. 롯데 선수단은 히어로즈와 함께 협회 내에서 강성으로 분류된다.

올 1월에는 투수 이정훈이 8년 만에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연봉 조정 신청을 하며 구단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룹이 구단의 선수 관리를 문제 삼고 있다”는 말이 그래서 흘러나왔다.

또 그룹 입장에선 최근 2년간 팀 성적 호조가 박진웅-이상구 팀의 공이 아니라는 판단도 했음직하다. 연속해서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로이스터 감독은 그룹 고위층이 영입한 작품이고, 박-이 라인업이 마케팅이나 홍보 쪽에서 지나치게 수세적이고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던 참이다. 여기에 지난해 9월에는 정수근이 음주 사고를 일으키자 그룹 고위층이 구단을 강하게 질책하며 선수 퇴출을 지시하기도 했다. 또 시즌 중 입장권 예매 서버가 다운돼 지난해 말 그룹 감사를 받기도 했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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