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물 소나기 일단 주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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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당분간 외국인에게 긍정적인 주가 움직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주가가 5백선 안팎의 지루한 공방을 계속하면서 외국인들이 지수 등락에 관계없이 5일 연속 순매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순매도의 상당 부분이 코리아아시아펀드 청산 등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이어서 본격적인 '셀 코리아' 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면서도 순매수 전환을 기대하기에는 여건이 밝지 않다는 입장이다.

◇ 현물 팔고 선물은 단타〓외국인들은 지난달 29일 6백46억원을 순매도한 뒤 30일 1천1백33억원, 1일 2천8백72억원으로 규모를 늘려왔다.

4일과 5일에는 순매도 규모가 3백42억원과 5백77억원으로 다소 줄어드는 모습이지만 매도가 일단락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모습이다.

이에 비해 선물시장에서는 아직 뚜렷한 양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5일 외국인들은 5천1백여 계약을 신규매수하는 등 3천6백 계약이 넘는 선물을 순매수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지난 4일 2천2백30 계약을 순매도하고 1일에는 2천6백50 계약을 순매수하는 등 일관성 없는 단타매매로 일관, 혼조세를 부추기고 있다.

◇ 일부 순매도 요인은 이미 반영〓순매도를 부른 여러 요인 중 일부는 이미 시장에 반영된 상태로 관측된다. 우선 최근 청산된 코리아아시아펀드의 물량은 이미 상당부분 소화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코리아아시아펀드는 5일 "지난 1일과 4일 이틀 동안 1억5천만달러(약 1천8백억원)규모의 보유 주식 가운데 3분의2를 매각했다" 며 "나머지 물량 중 개별 종목 주가에 영향을 미칠 종목은 없다" 고 밝혔다.

원화 가치와 지수의 동반 약세에 따른 일부 손절매 물량도 일단락됐다는 분석이 많다.

한 증권사 국제영업담당 임원은 "환율 하락으로 앉아서 손해를 보는 상황이지만 주식을 내다 팔 경우 지수 하락으로 추가 손실이 불가피해 단기펀드 중심으로 조금씩 현금화하는 수준" 이라고 전했다.

◇ 순매수 전환은 난망〓일시적인 대량 매도는 벗어났지만 외국인들의 순매수 전환은 당분간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국계 기관이 한국에 대한 투자의견을 낮추고 있는데다 국제펀드의 연간 손실률이 30%에 근접해 투자자금 이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골드먼삭스는 4일자 보고서에서 한국의 내년도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을 5.5%에서 4.0%로 낮추고 환율도 6개월 뒤 1천3백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축소로 떨어뜨렸다.

이에 따라 아시아에 투자 중인 국제펀드가 한국 비중을 줄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동원증권 정동희 책임연구원은 "국제펀드의 자금이 2주 연속 순유출되고 있는 상태에서 최근 성장탄력이 강화되고 있는 일본으로 투자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 지적했다.

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정보팀장은 "중장기적으로 원화가치와 나스닥의 안정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외국인의 적극 매수는 기대하기 어렵다" 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하 의지를 보이더라도 첨단기업의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어 외국인이 반등을 주도하기는 힘들 것" 이라고 전망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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