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구조조정에 '딴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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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공공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방자치단체 구조조정의 취지가 일부 자치단체의 편법 대응으로 흔들리고 있다.

올해 감원대상인 4천여명의 퇴출 시한이 연말로 닥친 가운데 해당 공무원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자 일부 자치단체들이 조직을 신설해 퇴직대상자들을 전직시키거나 총 정원을 늘려 강제퇴직 요인을 없애고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이 겉으로는 구조조정 모양새를 갖추면서 실제로는 불필요한 조직을 만들어 비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연말까지 1백40여명을 퇴출해야 하는 대전시의 경우 내년 1월 시 산하에 시설관리공단과 대전발전연구원을 설립키로 하고 지난달 말 행정자치부의 승인을 받았다.

이들 기관에는 대전시 공무원 1백3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결국 이들 기관의 신설로 공무원의 일자리가 늘어남으로써 대전시는 구조조정의 압박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위생처리장 등 전문성이 필요한 시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시설관리공단을 만드는 것" 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총 1백26명의 인력으로 설립될 시설관리공단은 현재 대전시 수질관리사업소와 장묘관리사업소의 기존 업무 외에 '지하 공동구 관리' 업무만 추가로 맡게 돼 실질적인 기능 변화는 없다.

인천시 서구.남구청도 도로보수.주차관리 등 민원업무를 담당하게 될 시설관리공단을 내년 1월 각각 발족할 계획이다. 20여명을 내보내야 할 서구청의 경우 지난 10월 대상자들이 퇴출시험을 거부하는 등 반발하자 근무평점으로 대신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설관리공단 설립으로 정원 29명 중 일반.기능직 직원 23명이 공단행을 결정, 사실상 구조조정이 끝났다.

서구청측도 "큰 부담을 벗었다" 고 말해 공단 설립이 퇴출자 구제용과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행정개혁시민연합 남궁근(南宮槿)정책위원장은 "지자체의 빗나간 구조조정을 바로잡지 못하면 지자체 덩치만 커져 지방행정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최준호.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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