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김창완 '기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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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너희들 어디서 오는지 서러운 사람은 안다

이 땅의 외진 홑섬 개펄도 얼어 붙어

앉을 곳 없으므로 떠도는 너희들

기다렸다.

기다림으로 말라버린

꺾어지는 갈대로

얼굴 모르는 이모부 생사 모를 외할머니

그들이 전하란 맘 가슴 먼저 미어

울며 가는 너희 마음 끼루룩 나는 안다

시옷자로 기역자로 서로 모를 암호로 말도 못할 사연으로 안타까워 우는지□

울지 않는 나의 마음 너희는 안다

- 김창완(58) '기러기' 중

이제 다시 봄을 기다려야 한다.북으로 남으로 그리던 사람들 만나러 오가던 사람들을 보며 다음을 기다리는 어머니와 아들들,용케도 계절을 알아 찾아오는 기러기떼에 마음을 실어보지만 끼루룩 우는 뜻도 다 새겨 알아듣지만 저 철새들 이 무슨 수로 전해준다?

이런 겨울이 오기 전에 김창완은 이 땅의 설운 사람들의 가슴 속을 헤집어 기러기를 하늘에 뛰웠거니 그 울지 않는 울음이 얼음장을 깨는구나.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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